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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법 부장판사까지 연루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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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법조브로커 김홍수씨 로비 사건 수사를 둘러싼 법원과 검찰의 신경전이 날카롭게 전개되고 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지난달부터 검찰이 고등법원 부장판사에 대해서도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인지 법원 내부에서는 "의도가 있는 수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검찰이 공명심에 들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3일 검찰의 수사 진행 브리핑을 전해들은 대법원 일부 간부는 검찰 수사에 하루 빨리 공식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한다. 대법원은 이날 오후 늦게 목영준 법원행정처 차장, 송우철 윤리감사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했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J판사를 제외한 세 명의 판사에 대한 소환요청이 검찰에서 올 경우 판사들이 이에 응해야 하는지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J판사의 경우 명백하게 처신이 잘못됐고 돈을 받은 의혹이 있지만 다른 판사들은 뚜렷한 증거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찰이 무리수를 둘 경우 강력 대응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법원 흠집내기식 수사에 한 번 응하면 관례로 남게 되고, 이는 사법권 독립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그는 "산술적으로 검사(전직 포함) 4명과 판사 4명을 맞춰놓은 듯한 느낌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일단 검찰이 J판사를 기소할 때까지는 공식 반응을 내지 않기로 했다. "재판에서 판사들의 유죄가 입증되지 않을 경우에는 법원의 사기를 위해서라도 검찰의 무분별한 수사 관행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할 것"이라는 게 대법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 "혐의 있는데 법원 권위만 생각"=검찰 수뇌부는 법원의 반발이 예상 외로 커지자 말을 아꼈다. 법원에 의해 체포영장이나 구속영장이 줄줄이 기각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걱정도 담겨 있는 분위기다. 이인규 서울중앙지검 3차장도 "J부장을 한두 번 더 부를 수 있다"는 말 외에 구체적 혐의 내용과 다른 판사들과 관련한 내용은 입에 담지 않았다.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철저히 수사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내놓는 것만이 법원의 반발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판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수사에서 편의를 봐줄 수는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문병주.박성우 기자

◆ 고법 부장판사는=행정부 직급으로 따지면 차관급에 해당되고, 검찰로 치면 지방검사장급, 군에서는 장성급에 견줄 수 있다. 관용 차량과 운전기사가 지원된다. 현재 2074명의 판사 중 6.5%인 133명이 고법 부장판사다. 항소심 재판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소송 당사자에게 '생사 여탈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로 비유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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