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표단, 해운대 바다만 쳐다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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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회담 결렬로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 평양행 고려항공에 오른 대표단이 부산에 머문 기간은 48시간. 그들은 해운대의 웨스틴조선호텔 주변을 벗어나지 못했다. 만찬과 공식 회담 때 호텔에서 바다 쪽으로 약 200m 떨어진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 몇 차례 간 것이 외출의 전부였다. 바다 구경만 실컷 하고 돌아간 셈이다.

지난달 초 제주도 서귀포에서 열린 남북경제협력 추진위원회 때의 여미지식물원 관람, 지난달 중순 6.15 축전 때의 목포 유달산 관광과 같은 '참관'행사는 이번에 전혀 없었다. 정부가 남북회담 때마다 준비했던 관광지나 유적지를 돌아보는 프로그램을 없앴기 때문이다.

당초에는 신발공장 방문을 계획했었다. 북측이 지원을 요구하는 경공업 원자재 가운데 신발 원자재가 포함돼 있는 것을 감안한 것이었다. 하지만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뒤 행사를 최대한 조촐히 치른다는 원칙을 세우고 이를 취소했다. 대북 여론 악화에 따른 경호상의 문제도 고려된 조치였다. 북측 대표단이 머문 호텔 주변과 진입로에서는 이날까지 이틀째 보수단체의 시위가 이어졌다.

북파공작원(HID) 특수임무 청년동지회 회원10여 명이 회담장 인근에서 모형 미사일을 동원해가며 시위를 벌였다.

뉴라이트청년연합과 3.1 동지회 등 보수단체 회원은 호텔 앞에서 회담 중단, 북한 대표단 철수, 이종석 통일부 장관 사퇴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북측 대표단은 굳은 표정으로 호텔 객실 창문으로 이를 지켜봤으며, 방문 기간 내내 이전 회담 때보다 조용한 모습을 보였다.

부산=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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