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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러 유감표명" 반나절 뒤···러 "침범 안했다" 공식 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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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전략폭격기 Tu-95

러시아 전략폭격기 Tu-95

러시아가 지난 23일 자국 군용기가 한국의 독도 영공을 침범한 사실에 대해 공식 부인했다. 또 한국이 자국 군용기의 안전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한국 조종사들이 위협" 한국에 책임 돌려

24일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주러시아 한국 대사관 무관부를 통해 러시아 국방부 명의의 공식 전문이 접수됐다. 러시아 국방부는 전문에서 “23일 우리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한국 조종사들이 우리 군용기의 비행 항로를 방해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비전문적인 비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러시아 공군의 세르게이 코빌라슈 장거리항공 사령관이 “한국 군용기 조종사들의 행동은 공해 상공에서의 공중난동 행위(aerial hooliganism)로 간주한다”고 말했다는 러시아 타스통신의 23일 보도와 맥락을 같이 한다.

이는 또 앞서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오전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유감과 재발 방지의 뜻을 보였다는 설명과 다르다. 윤 수석은 “주한 러시아 대사관 차석 무관이 23일 오후 3시 국방부에 ‘ 적절한 사과와 유감 표명이 러시아와 외교부, 국방부, 언론 등을 통해 나올 것’이라면서 ‘의도를 갖고 침범한 것은 아니다. 동일한 사안이 재발하지 않도록 한ㆍ러 공군 간 회의체 등 긴급협력체계를 발전시키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러시아 국방부의 공식 입장을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알리면서 “어제(23일) 외교 경로를 통해 밝힌 유감 표명과 정확한 조사 및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과 배치되는 주장”이라며 “(러시아와) 실무협의를 통해 관련 사실을 확인시킬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강력 행동을 규탄하는 표현은 없었다.

앞서 이날 오후 1시 45분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이 읽은 입장자료에서 국방부는 “(독도가 일본의 영토라는) 일본 측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으며, 독도는 역사적ㆍ지리적ㆍ국제법적으로 명백한 대한민국 영토”라고 밝혔다. 전날인 23일 공군 전투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군용기에 경고 사격을 한 데 대해 일본이 항의한 것에 대해서다. 국방부는 “독도에 대한 어떠한 외부의 침범에 대해서도 단호하고 엄중하게 대응해 나갈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당초 독도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도 일본과 함께 규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청와대가 이날 오전 러시아가 한국 영공 침범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는 사실을 공개하자 입장 자료의 문구를 수정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러시아의 정확한 입장을 파악한 다음에 우리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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