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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유럽 주도로 호위 작전"…폼페이오 "선박안전 알아서 해" 압박

중앙일보

입력

21일(현지시간) 억류돼 있는 영국 선적 스테나 임페로 호 주변을 기관총을 장착한 이란 쾌속정이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억류돼 있는 영국 선적 스테나 임페로 호 주변을 기관총을 장착한 이란 쾌속정이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이 영국 선적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 호를 억류한 것과 관련해 영국 정부가 걸프 해역에서 독일ㆍ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국가 주도로 선박 호위에 나서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연합 작전에 참여해 달라는 미국 정부의 요구는 수용하지 않은 채 대안을 찾는 모습이다.

헌트 외무 "美 걸프해역 호위팀과 별개" #독일·프랑스와 이란 핵합의 유지 고수 #친미 보리스 존슨 총리되면 바뀔 가능성 #이란 "CIA 스파이 17명 체포, 일부 사형" #트럼프 "완전 거짓. 이란 경제 엉망진창"

 미국과 손잡을 경우 이란의 영국 선박에 대한 나포가 심해지고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데다, 유럽 국가들이 유지하고 있는 이란과의 핵 합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미국에 우호적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새 총리에 오를 예정이어서 입장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무장한 이란 혁명수비대 대원들이 억류한 임페호 호를 수색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무장한 이란 혁명수비대 대원들이 억류한 임페호 호를 수색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하원에서 임페로 호 억류에 대한 대책을 밝혔다. 그는 이란의 행위를 국가에 의한 납치로 규정했다. 비슷한 억류를 막기 위해 유럽 국가들과 선원과 화물의 안전한 수송을 위한 작전을 벌이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헌트 장관은 그러나 이번 활동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 주도로 호위 연합체를 구성하는 방안과는 별개라고 말했다.

이란 쾌속정이 스테나 임페로 호 주변을 돌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이란 쾌속정이 스테나 임페로 호 주변을 돌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헌트 장관은 영국이 독일ㆍ프랑스와 함께 이란 핵 합의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정부는 영국 깃발을 단 선박의 안전이 확보되기 전까지는 호르무즈 해협 항행을 삼가달라고 요청한 상태인데, 현재 8척이 해당 수역을 지나고 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임페로 호 소유주의 국적은 스웨덴이지만 등록한 국가를 기준으로 하는 선적은 영국이다. 그래서 영국 국기를 게양한다. 영국 영토에 선적을 둔 선박은 약 4500척에 달한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이들 선박의 국기를 다르게 달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 [EPA=연합뉴스]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 [EPA=연합뉴스]

 영국의 이런 입장은 미국과 이란의 갈등에 휘말린 난처한 처지를 보여준다. 지난 4일 영국령 지브롤터가 이란 초대형 유조선 그레이스1호를 시리아로 석유를 운반한다는 이유로 억류한 것은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증언이 나온 상태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영국 깃발을 단 선박을 억류하겠다고 예고했었다.

 이란이 이를 실행함에 따라 이란과의 갈등이 영국으로 확대됐다. 영국으로서는 대리전에 나서게 된 셈인데, 그렇다고 미국 주도 호위 연합체에 가입하면 이란의 공세가 영국 선박에 더 집중될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영국 정부가 동참 의사를 밝히지 않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폭스 뉴스와 인터뷰에서 “영국은 걸프 해역에서 자국 선박의 안전에 대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미국은 미국과 관련한 부분을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주도 호위 연합체에 참여하지 않는 데 대해 압박한 것이다.

이란 국영 매체가 억류돼 있는 임페로 호 선원들이 안전하다고 공개한 사진. 선원 대다수는 인도인이다. [EPA=연합뉴스]

이란 국영 매체가 억류돼 있는 임페로 호 선원들이 안전하다고 공개한 사진. 선원 대다수는 인도인이다. [EPA=연합뉴스]

 이란 정부는 임페로 호 선원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 등을 공개했다. 인도인이 대다수인 선원들은 건강한 상태로 여전히 선박에 탄 상태라고 인도 주재 이란 대사관이 밝혔다.
영국 외교부는 그러나 ‘영국의 트럼프'로 불리는 보리스 존슨이 23일 보수당 당 대표로 발표되고 24일 새 총리로 취임할 경우 이란 핵 합의에 대한 영국의 입장이나 미국 주도 호위 연합체 참여 입장 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란 정부는 국영 매체를 통해 지난 3월까지 1년 동안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협력하며 스파이 활동을 한 혐의로 이란 국민 17명을 체포했고, 일부가 사형을 선고받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에 “완전한 거짓"이라며 “망해가고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모르는 종교 정권이 내놓은 거짓말과 선전ㆍ선동”이라고 적었다. 이어 “(이란의) 경제는 죽었고 훨씬 더 나빠질 것”이라며 “이란은 총체적 엉망진창”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P=연합뉴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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