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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카드사 日에 빌린돈 20조…금융당국, 日 규제 확대 예의주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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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최종구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국내 은행과 여신전문금융사(카드·캐피탈)가 일본에서 빌린 자금 규모가 175억6000만 달러(20조2000억원)로 집계됐다.

22일 금융위원회와 전해철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6월 말 기준으로 국내 은행과 여전사의 일본계 외환차입금을 합산한 수치다. 국내 금융사가 일본 본토 은행이나 일본계 은행의 국내지점에서 조달한 대출이나 외화채권 규모다. 은행권은 92억6000만 달러(10조5000억원), 여전사는 83억 달러(9조5000억원)를 빌려왔다.

금융당국은 이 자금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금융 분야로 확대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일본계 자금이 한국 금융사에 대한 만기 연장을 거부하고 대출을 회수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어서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일본계 금융회사가 한국에서 자금을 회수하면서 위기를 더 심화시킨 전례가 있다. 금융당국은 일본계 자금이 100% 빠져나가는 상황까지 가정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글로벌 금융시장 여건이나 국내 금융사의 신용도를 볼 때 일본계 자금 회수가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금융위의 분석이다.

금융위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은 일본 은행보다도 높은 신용등급을 기반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외화자금을 원활하고 있다. 한국의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등급은 AA와 AA-로, 일본 정책투자은행(DBJ,A등급)나 국제협력은행(JBIC, A+등급)보다도 높다.

하지만 만일에 대비해 금융위, 금감원은 주요 은행과 함께 ‘일본 수출규제 관련 금융부문 점검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TF는 일본계 자금의 만기도래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컨틴전시 플랜을 보완하고 있다.

아울러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영향받는 산업계 부담을 덜기 위한 금융지원 방안도 마련 중이다. 수입 대체가 필요한 기업을 위한 설비자금 조달 등을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된다.

일본계 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다른 외국계 자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일부에선 제기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한다.

지난 18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기자 브리핑에서 “이것(일본의 수출규제)이 촉발된 계기가 경제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외국계 자금 포함) 누구나 다 안다”며 “설령 (일본계 금융사가) 자금 대여를 중단한다고 하더라도 (국내) 금융기관 신용도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는 것을 다 알기 때문에 다른 외국계 자금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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