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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팔잡자 꽈당···건국대 교직원 '할리우드 액션'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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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지 마세요. 총장님이랑 약속 잡고 왔어요.”

“그런 얘기 들은 적 없어요”

2016년 8월, 김진규(현재 29세) 당시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총학생회장은 총장과의 면담을 위해 건국대 서울캠퍼스 행정관을 찾았다. 건국대가 학생들의 등록금을 건국대병원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사용했다는 등 사학비리 의혹과 이전 총학생회 집행부에 학교 측이 해외여행을 제공했다는 등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기 위해서였다. 행정관에 들어선 김씨는 학교 교직원 4명과 마주쳤다. 김씨는 “학교 관계자를 통해 총장과 면담 약속을 잡았다”며 총장을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교직원 4명은 “면담 약속이 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며 행정관 1층 계단을 막고 김씨의 출입을 막았다.

김씨는 몸을 던져 교직원들을 뚫고 행정관 2층으로 올라가려 했고, 교직원들은 버티고 서며 몸싸움이 벌어졌다. 인근에서 이 과정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하던 김씨의 친구에게 교직원 A씨가 “찍지 말라”며 다가가자 김씨는 “내버려 둬라”며 A씨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 순간 돌연 A씨는 큰 몸짓을 하며 뒤로 넘어졌다. 몇 분간 바닥에 누워 있던 A씨는 이내 다시 일어났고, 김씨와 대치를 이어갔다. 김씨는 “너무 어이가 없었지만, 일어난 뒤로도 A씨는 의사 표현도 명확했고 눈빛도 뚜렷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학교 측이 김씨를 퇴학시키는 근거 중 하나가 됐다. 건국대는 “김씨가 A씨의 팔을 잡아 바닥에 넘어뜨려 잠시 동안 의식을 잃게 했고, 이후 A씨는 6일간 병원 치료를 받았다”며 “김씨가 단체행사 시 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교직원에게 반항해 그의 위신을 심히 손상시켰다”는 등의 이유로 2017년 4월 김씨에게 퇴학을 통보했다.

이후 김씨가 낸 퇴학처분 무효확인청구 재판에서 1심 재판부는 “김씨가 촬영하는 것을 방해하지 말라며 A씨의 팔을 가볍게 당기자 A씨가 김씨의 행위와 무관하게 자해하듯이 갑자기 바닥에 드러누웠다”며 학교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 역시 지난달 27일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건국대 측은 상고를 포기한 상태다. 김씨는 “다시 복학신청을 하고 학교로 돌아갈 예정”이라면서도 “학교 측은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다. A씨는 그 이후 오히려 학교에서 승진을 했다”고 비판했다.

A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화면만 보면 넘어지는 것 같지만, 시멘트 바닥에 머리를 퍽 소리가 나게 찧었다. 자해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김씨의 폭행은 여러 가지 퇴학 사유 중 하나였을 뿐"이라며 "제가 사과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김씨가 학교에 복학해 무사히 학교생활을 마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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