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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日수출규제, 글로벌 기술에 위험…반도체 가격 오히려 오를 것"

중앙일보

입력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 강도가 날로 세지고 있다. 사진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기자회견 모습. [EPA=연합뉴스]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 강도가 날로 세지고 있다. 사진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기자회견 모습. [EPA=연합뉴스]

 한국에 반도체 핵심 부품의 수출을 규제하는 일본의 조치가 한국 기업과 한국의 수출 주도 성장뿐 아니라 전 세계 기술 부문, 특히 소비자 가전에 대한 위험을 야기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수출 규제를 들고나온 배경에 대해서도 오는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보수 민족주의자들의 표를 동원하기 위해 수출 규제를 이용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FT는 하지만 "궁극적으로 경제가 민족주의를 이길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도 (일본과) 협상하도록 압박을 받을 것이고 수출 규제로 초래된 일시적 공급 충격으로 인해 역설적으로 반도체 재고 소진이 가속하면서 반도체 가격의 조기 회복이 촉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로리 그린 경제분석가 글 오피니언에 다뤄 #"아베, 선거서 보수민족주의자 표 얻으려 규제 # 몇주간 양측 격앙된 설전 벌일 가능성 크지만 # 궁극적으로 경제가 민족주의 논란 이길 것" # "경제상황이 문재인 대통령에 협상 압박하고 # 공급 충격은 재고 줄여 반도체 가격 오를 것" #

 FT는 13일(현지시간) 오피니언 코너에서 로리 그린 TS 롬바르드 동북아시아 경제분석가의 글을 소개했다. 그는 세계 유수의 반도체 생산 국가인 한국이 무역과 기술 전쟁의 십자 포화를 맞았다는 제목으로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를 다뤘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그는 “지난해 반도체 매출이 한국 수출 증가의 92%나 차지했다"며 “무역 마찰과 기술 대결, 그리고 반도체 경기가 바닥으로 치달은 것이 반도체 가격 폭락을 심화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에 따라 한국의 올해 수출은 감소할 것”이라며 “국내총생산(GDP)은 경제 위기가 아닌 해를 기준으로 올해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린은 반도체 관련 제품이 한국 총수출의 30%를 차지하지만 지난 2년 동안 해당 제품이 경상수지 흑자의 80% 이상에 기여하면서 의존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2016년과 지난해 사이에 두 배가량 증가하면서 한국 수출도 급증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화성시 동진쎄미켐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반도체 소재 평가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화성시 동진쎄미켐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반도체 소재 평가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휴대전화 등 반도체 수요를 이끌던 분야의 수요가 줄면서 지난해 3분기를 분기점으로 수요 위축과 공급 과잉이 결합해 반도체 가격은 폭락했다. 이를 고려해 마이크론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로 구성된 반도체 수출 조직(OSEC)가 주도해 재고 감소를 추진해 왔다고 그린을 소개했다.

 그린은 이런 상황을 고려해 “역사적 부담이 확전 위험을 높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경제가 민족주의를 이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향후 몇주 동안 역사적으로 격앙된 설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한국 경제활동의 약화는 문 대통령에게 협상하도록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했다. 그린은 그러면서 “아베 총리는 참의원 선거에서 표를 동원하려고 수출규제를 이용하고 있으나, 그 결과로 초래된 일시적 공급 충격으로 인해 반도체 재고 소진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반도체 가격의 조기 회복이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에 반도체웨이퍼가 전시돼 있다.[뉴스1]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에 반도체웨이퍼가 전시돼 있다.[뉴스1]

 한국 경제의 전망과 관련해 그린은 “올 4분기까지 수출 전망이 나쁘고 그때까지 회복될 것 같지 않다"면서도 “단기적 경기 침체를 넘어서 보면, 성장하는 사물 인터넷과 5G의 출현 등으로 반도체 수요의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반도체 사업과 한국의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미ㆍ중 기술 대결도 한국을 비롯한 반도체 제조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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