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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각|주윤발신드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요즘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홍콩영화 신드롬」이라는 심한 몸살을 앓고있다. 「주윤발현상」이 라고도 할 이 이상 증후군은 정부의 수입개방정책에 힘입어 공산주의 국가영화까지 밀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판인데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러한 증후는 지금 여러군데에서 나타나고 있다. 극장은 물론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홍콩배우사진이 코팅돼 책받침으로 이용되거나 한국을 방문하는 일들이 빈번해지고 있는 사실에서도 엿볼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를 결정적으로 뒷받침해주는것은 홍콩영화의 우상인 주윤발과 청순미를 자랑하는 스타 왕조현을 등장시킨 상품선전(우유탄산음료)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전례가 없는 기업체의 외국배우, 그것도 홍콩 스타의 광고모델 기용은 한국배우의 자존심을 건드린 점을 무시하더라도 결국 이들의 인기만 더욱 부추긴 셈이되었다.
그러면 무엇이 우리의 청소년들로 하여금 홍콩영화를 좋아하게하고 잘생기지도 못한 배우(주윤발)에게 열광케 하는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의 영화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홍콩 영화는 그 나라만이 지닌 특유의 빛깔이 있다. 남들이 함부로 흉내낼수 없는 엔터테인먼트가 보는 이들을 사로잡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재미란 주윤발의 오늘을 있게 한 『영웅본색』이 말해주듯이 비오듯 쏟아지는 총탄 속을 종횡무진(가끔은 총알도 몇발씩 맞아주면서) 활보하는 히어로의 화끈한 승부와 최근작 『첩혈쌍웅』의 경우처럼 친구를 위해서는 「개처럼 살기보다 영웅처럼죽는」 사나이다운 의리에 있다.
그의 연기가 표현하는 사나이의 우정과 사랑이 비록 살상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포장에 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를 보는 청소년들에게 엄청난 카타르시스 작용을 한다면 부정적으로만 평가할일이 아니다.
청소년들을 매료시키는 또하나의 이유는 주윤발이나 홍콩의 제임스딘인유덕화등에서 느낄수 있듯이 한국인과 비슷한 동양계라는 친근감에 있다.
이렇게 볼때 주윤발이「홍콩느와르」(암흑가영화)를 통해 분출해내는 활력은 청소년을 「입시기능공화」하는 오늘의 사회구조아래 마땅한 놀이마당없이 방황하는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모처럼 마음놓고 과잉보호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날수 있는 해소의 처방이 되어주고있다.
홍콩영화가 불러일으킨「주윤발 신드롬」은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정서의 결핍을 초래하는등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요소가 더많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청소년들이 마음놓고 볼수 있는 재미있는 영화를 왜 못만들어 내느냐 하는 데에 있다. 우리는 70년대 이후 왕우와 이소룡·성룡등을 통해 일구어낸 홍콩영화의 오락적 성과, 그 끈질긴 아이디어개발 정신을 배우고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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