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만의 젖줄」 5대강이 죽어가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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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생활 하수와 공단 폐수 등의 대량 유입으로 한강을 비롯한 낙동강·금강·영산강의 수질오염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며 가장 깨끗한 물로 이름났던 섬진강 마저 요즘은 하동 부근에선 악취가 나고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경우에까지 이르렀다. <관계 기사 5면>
유해 중금속으로 검출되어서는 안되는 수은이 미량이지만 5대강에서 모두 검출됐으며 낙동강의 구미 공단, 금강 미호천의 청주 공단, 영산강의 광주천 내방동 등 지점에서는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크롬이 물 1ℓ에 환경보전법상의 건강 보호 기준 (0·05㎎이하)을 4∼28배나 초과하는 0·2∼1·395㎎씩 검출돼 국민 건강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1천만 서울 시민을 비롯, 경기 지방 일원에 하루 3백22만t씩을 취수하는 한강은 중병을 넘어 사경을 헤매고 있다.
34개 크고 작은 하천을 통해 흘러드는 하루 1천만t의 폐·하수는 3백20만t만 하수처리장에서 오염도를 약간 낮춰 방류할 뿐 나머지는 거의 그대로 흘려보내 안양·난지도 하수처리장 부근에서는 3급수에도 살아가는 붕어조차 자취를 감췄다.
뚝섬 앞 윈드서핑장 부근은 물 빛깔마저 검게 변해 오염된 물이 피부에 닿을 경우 5분도 채 안 돼 살갗이 간지럽고 씻어내지 않을 경우 접촉성 피부병까지 생겨 사람들이 발길을 끊었다.
지류인 안양천 변은 완전히 썩어 악취가 반경 15㎞ 일대를 진동, 인근 목동 주민들은 여름 대낮에도 창문을 꼭꼭 닫고 살아야하며 새들조차 단 한 마리도 이곳에 날아오지 않는「죽음의 지대」로 변해 버렸다.
영남의 젖줄이자 2백30만 대구 시민들의 식수로 사용되는 낙동강도 중병을 앓고 있기는 마찬가지.
금호강이 낙동강 본류와 합류하는 고령교의 부근 강물은 새까만 먹물이다.
지난해 금호강은 BOD (생물학적 산소 요구량) 98·7PPM으로 1년 새 30여 PPM이 늘어날 정도로 오염 속도가 해마다 가속되고 있어 낙동강과 합쳐지는 고령 부근이 오염도 평균21·1PPM으로 식수는커녕 5급수에도 못 미치고 있는 것이다.
물이 썩어 연갈색을 띠는 이곳 강물은 농업 용수로도 부적합해진 것이다. 방치될 경우 물금 지역은 3년 내에 상수로 이용할 수 없게 될 지경이다.
대전을 돌아 나오는 갑천과 합쳐지는 금강 하류 지점은 붕어조차 살 수 없는 것은 물론 이물을 논에 댈 경우 벼가 말라죽어 버린다.
금강 중류 부여 취수장 부근은 강물이 연녹색으로 썩어가 수초마저 자라지 못한 채 시들고 있다.
호남 벌을 누비는 영산강도 광주천과 극락천이 합류하는 5㎞는 항상 썩은 냄새가 코를 찔러 농민들은 논물로 쓰기조차 꺼릴 정도다.
나주시 부근 나주군 노안 지역 일대는 BOD가 4∼8PPM으로 강변 일대엔 오물 찌꺼기·쓰레기 등으로 덮여 검은색으로 변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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