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만난 기업인들 "위기를 기회로 삼자.... 모든 조치 취할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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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간담회 참석 기업인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자”며 정부와 기업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단기, 중장기적 대처를 해나가는데 뜻을 모았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경제계 주요인사 초청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경제계 주요인사 초청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기업인들은 “단기적으로 모든 조치를 다 하겠다”며 “중장기적으로도 일본의 이번 조치가 한·일 양국 간 경제협력에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을 민간 차원에서 설득하겠다”고 말했다고 고 대변인은 밝혔다. 기업인들은 특히 부품 국산화에 대한 정부 의지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장기적 안목과 긴 호흡의 정부 지원을 당부했다.

당초 청와대는 “기업인 등 34명 참석자 전원에게 발언 기회를 주겠다.  일본 기업과 거래하는 기업들의 상황을 고려해 발언자를 비공개한다”고 했었다. 34명 중 18명이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 과정에서 일부 실명과 발언 내용이 확인됐다.

“한국의 주력산업들이 글로벌 시장의 확고한 경쟁력을 갖추려면 이를 뒷받침해주는 소재부품 장비 등 국내 기초산업이 탄탄해야 할 것 같다. LG도 국내 소재부품 산업 육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국내 소재부품 등 세계적인 경쟁력 확보가 우선되어야 구매 등이 잘 이루어질 것이다. 세계적인 기업들도 국내 대기업에 주문할 때 경쟁력 있는 소재 부품 채택을 요구한다.”(구광모 LG전자 회장)

“(일본과의) 기술격차 통한 반도체 생태계 유지해 나가겠다.”(최태원 SK그룹 회장)

“반도체 관련 세 가지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는 해당 대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 가지 부품 소재가 없어 생산을 못 하면 관련 협력 중소기업 모두의 피해로 돌아간다. 부품 소재 산업 발전을 위해 대중소기업 간 협업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대기업이 수입에 의존하는 부품 소재를 개발하는 협력중소기업에 대해 일정 부분 납품을 보장 주어야 한다.”(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제품 R&D(연구개발)를 진행하다 보면 보통 한 프로젝트에 반년 가량을 미친 듯 매달려도 성공할까 말까다. 주 52시간 근무 시행으로 인해 집중적 연구가 어려운 상황이 됐는데 현행 1개월인 특례(선택적 근로)를 늘려달라.”(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이날 복수의 간담회 참석자들에 따르면 한 기업인은 “한·일 분쟁이 외교적으로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요청했다고 한다.

기업인들은 수입선 등 조달망 다각화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특정 국가의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인식도 드러냈다. 간담회에서 학문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봤을 때 화학 분야에 있어서 강점이 있는 러시아나 독일과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아이디어로 제시됐다.

단기간 내 국내 부품·소재의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전략 부품 산업 분야의 인수·합병(M&A)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와 함께 기업인들은 “한국경제의 문제점은 자본이 늙었다는 것”이라며 부품·소재 분야로 돈이 흘러가지 않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금융 부문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도 제시됐다. 최근 강화된 화학물질관리법을 두고 “새로운 화학물질을 만드는 과정에선 부담스럽다. 신축적 적용이 필요하지 않으냐”는 얘기도 나왔다.

10일 오전 문재인대통령이 최근 일본과의 경제상황에 대한 의견 청취및 의견을 나누기 위해 국내 30대기업과 경제단체들과 청와대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경제인들의 의견을 듣기에 앞서 문대통령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19.07.10 청와대사진기자단 / 경향신문 김기남 기자

10일 오전 문재인대통령이 최근 일본과의 경제상황에 대한 의견 청취및 의견을 나누기 위해 국내 30대기업과 경제단체들과 청와대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경제인들의 의견을 듣기에 앞서 문대통령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19.07.10 청와대사진기자단 / 경향신문 김기남 기자

참석자들에 따르면 오는 18일을 전후해 예상되는 일본의 추가 수출 제한 조치와 관련한 논의는 이날 간담회에서는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날 간담회는 예정된 시간을 30분 넘겨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진행됐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을 포함한 총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 30개사와 경제단체 4곳이 참석했다. 대부분의 기업 총수들이 참석했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일본 출장을 이유로 각각 윤부근·황각규 부회장이 대신 참석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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