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30대 기업과 긴급간담회…"日, 막다른 길 가지말라" 발언 세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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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일본의 무역제재 조치와 관련 “일본 정부가 화답해 달라. 더 이상 막다른 길로만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30대 기업을 만나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하기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5대 그룹을 포함해 총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 30개사와 경제단체 4곳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을 포함한 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 총수 및 CEO들을 청와대로 긴급 초청한 간담회에서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일본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우리 경제에 타격을 주는 조치를 취했다”며 이번 사안을 무역문제가 아닌 정치적 보복으로 규정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아무 근거 없이 대북제재와 연결시키는 발언을 하는 것은 양국의 우호와 안보협력 관계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단도직입’, ‘비상한 각오’, ‘전례 없는 비상 상황’이라는 등 평소에 쓰지 않았던 강한 용어를 사용했다. 이날 회동의 성격에 대해서도 “갑작스러운 요청에 응해주신 기업인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긴급히 소집된 자리임을 분명히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8초간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와 강대국 간의 무역 갈등이 국제교역을 위축시키고 세계 경제의 둔화 폭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는 이어 “그것만으로도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데 일본의 수출 제한조치가 더해졌다”며 “정부는 일본의 부당한 수출제한 조치의 철회와 대응책 마련에 비상한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외교적 해결 방식을 우선 제시했다. 그는 “일본의 조치는 양국의 경제에도 이롭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당연히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국제적인 공조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장기화 가능성도 언급했다. “외교적 해결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장기화될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매우 유감스러운 상황이지만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민관 비상대응 체제를 제시했다. 주요 그룹 최고경영자와 경제부총리, 청와대 정책실장이 상시 소통체제를 구축하고, 장·차관급 범정부지원체제를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30대 기업을 만나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하기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어 단기·장기 대책을 분리해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먼저 “단기적으로 기업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수입처 다변화와 국내 생산의 확대를 정부가 지원하겠다”며 “인허가 등 행정절차를 최소화하고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술개발과 실증, 공정테스트 등과 관련된 예산에 대해서도 “국회의 협조를 구해 추경예산에 반영하겠다. 국회도 협력을 해주시리라 믿는다”고 했다.

장기 대책으로는 핵심기술의 국산화를 들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일이 어떻게 끝나든 주력산업의 핵심기술, 핵심부품, 소재, 장비의 국사화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여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특히 특정 국가 의존형 산업구조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 예산을 크게 늘리고, 세제와 금융 등 가용자원도 총동원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