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체국 파업은 풀렸지만 이번 사태가 남긴 숙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려했던 ‘우편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우정사업본부(우본)와 우정노조간의 노사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9일로 예정됐던 우체국 총파업은 철회됐다.

이동호 우정사업본부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집행부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서 총파업 철회를 발표하고 있다. 61년 만에 사상 첫 총파업을 예고했던 우정노조는 우정사업본부와의 잠정 합의안을 수용하기로 가닥을 잡고 총파업을 철회했다. 2019.7.8/뉴스1

이동호 우정사업본부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집행부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서 총파업 철회를 발표하고 있다. 61년 만에 사상 첫 총파업을 예고했던 우정노조는 우정사업본부와의 잠정 합의안을 수용하기로 가닥을 잡고 총파업을 철회했다. 2019.7.8/뉴스1

 총파업 급한 불 껐지만 수익성 한계 드러내  

 양측이 총파업이란 배수진을 치면서까지 첨예하게 대립한 부분은 집배원 인력 부족이다. 노조 측은 “지난해 25명, 올해에만 9명의 집배원이 과로로 사망했다”며 인력 증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우본 측은 “우편 물량 감소와 인건비 상승으로 재정 상황이 악화해 인력 증원이 어렵다”고 난색을 표해왔다.

 결국 택배 업무만 전담하는 소포위탁배달원(750명), 직종 전환 등으로 238명을 늘려 총 988명을 증원키로 합의하는 선에서 갈등이 봉합됐다. 이는 숫자로만 놓고 봐도 당초 노조 요구안(정규직 2000명)의 절반에 불과한 충원이다.

 총파업은 일어나지 않았고, 우편·등기·택배 등의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이 되지 않았다. 우본이 담당한 집배 업무(우편·등기·택배)라는 ‘비즈니스’가 가진 수익성의 한계가 이번 사건을 통해 표면화됐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우본이 제기했던 우편 물량 감소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인건비 상승 문제는 향후에도 개선될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우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일반 우편물의 감소로 인해 최근 5년간 배달 물량(11억1000만통)이 22.5%가량 감소했다. 이에 비해 공무원들의 호봉 인상 등으로 인해 인건비 부담은 오히려 늘었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 2017년 539억원에 불과했던 적자 규모는 지난해 1450억원으로 큰 폭으로 확대됐다.

관련기사

 섬마을 택배는 배 삯 지불하면 남는 것 없어 

 더 큰 문제는 대안으로 확대하고 있는 택배 사업조차 민간 사업자와의 경쟁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우정노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택배 물량은 전년 동기대비 22%가 늘어났다. 우정노조 측에 따르면 이는 국내 택배 사업자 중 물량 건수 기준으로 CJ대한통운에 이어 2위다. 하지만 일반 택배회사와는 달리 산간벽지까지 배달해야 하니 민간 사업자와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 기수철 우정노조 조사국장은 “섬마을 택배의 경우 배 삯을 지불하는 순간부터 마이너스(손해)”라고 말했다. 게다가 해마다 호봉을 인상해 줘야 하는 공무원 조직의 특성상 인건비 부담은 더 늘 수 밖에 없다. 기 국장은 “우편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소포(택배) 배달을 늘렸지만, 이로 인해 수익성은 악화되고 노동 강도는 심화되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보편적 서비스와 공공·민간 경쟁 사이 지속 가능성 고민해야 

 노사는 협상안에서 10㎏ 이상 고중량 소포에 대한 요금 인상, 우체국 예금의 이익 잉여분을 우편 사업 부문에 활용 등을 방안으로 내놨다. 노동계나 정치권에서도 “공공 서비스인만큼 정부 예산으로 증원을 해야 마땅하다(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앞으로 더 나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본질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이번 사안이 산간 벽지 등 접근이 어려운 지역까지 택배를 보내주는 보편적 복지와, 민간 기업과의 경쟁 사이에서 어떤 지속가능한 수익 모델을 창출할 수 있을 지를 고민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보편적인 서비스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지만, 민간 사업 분야인 대도시 택배 서비스까지 국민의 예산으로 지원해야 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