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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한창인데...미국, 대만에 2조원 규모 탱크 수출 승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4일 미국 워싱턴D.C. 에서 한 미국 병사가 M1 에이브람스 탱크를 통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4일 미국 워싱턴D.C. 에서 한 미국 병사가 M1 에이브람스 탱크를 통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무역 갈등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만에 무기를 수출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중국과 추가 무역협상을 앞둔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대만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현지시간) CNBC, CNN 등 보도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M1A2 에이브람스 탱크 108대와 관련 장비, 스팅어 미사일 250기 등의 무기를 대만에 수출하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국무부는 미 의회에 대만에 대한 무기 수출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의회 표결이 남은 상태다.

이번 미국의 무기 수출 규모는 에이브람스 탱크만 20억 달러(약 2조 3000억원)에 이른다. 스팅어 미사일 2억 2300만 달러(약 2600억원)까지 더하면 총 2조 5000억원 이상의 무기 수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표면적으로는 이번 미국의 무기 수출은 대만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 지난 3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미국의 장비는 육상 및 대공 능력을 향상시키며 군 사기 진작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대만 방위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전 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군사력 증강은 '자주국방'을 내세운 차이 총통의 숙원이기도 하다. 차이 총통은 2017년 12월 “자주국방은 더 이상 구호가 아니고 우리가 매일 전력으로 실행해야 할 일상적 업무”라며 “매년 국방예산을 합리적 범위안에서 꾸준히 늘릴 것”이라고 선언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 [AP=연합뉴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 [AP=연합뉴스]

미국산 무기 도입을 비롯한 대만의 군사력 확대는 중국에 눈엣가시다. 대만과 인접한 지역에 추가적인 군사력 배치가 불가피해서다. 미국의 무기 수출에 대해 중국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를 일관되고 분명하게 반대해 왔다"며 "매우 민감한 사안임을 미국에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하는 등 공개 반발했다.

대만은 대(對)중국 전략상 미국의 요충지다. 미 국방부의 국방안보협력국(DSCA)은 "대만의 무기 현대화와 방위 구축을 지원하는 것은 미국의 경제, 안보 이익에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번 무기 판매가 해당 지역의 군사적 균형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내놨다.

미 국방부 국방정보국(DIA)도 지난 5월 보고서에서 "중국은 대만과 평화통일을 원하면서도 군사력 사용을 포기한 적은 없다"며 "잠재적인 군사 활동에 필요한 발전된 군사 능력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태호 한림국제대학원대학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형적인 미국의 중국 때리기 전략 중 하나"라며 "미국이 중국과 협상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협상력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중국은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대만 입장에서도 이번 무기 도입으로 대중국 전략상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일단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미·중이 추가 협상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 등은 나오지 않았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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