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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단단해진 '우리 영식이' "좌절할 시간 없다...내년 최고 찍는다"

중앙일보

입력

2019 코리아오픈 탁구 남자 단식 4강에 오른 정영식. [사진 대한탁구협회]

2019 코리아오픈 탁구 남자 단식 4강에 오른 정영식. [사진 대한탁구협회]

  "더 좋은 경기했다고 생각했는데 상대가 더 완벽하게 운영하니까 막혔어요."

7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 2019 국제탁구연맹(ITTF) 코리아오픈 남자 개인전 4강에 나선 정영식(27·미래에셋대우)이 세계 5위 마롱(중국)에게 세트 스코어 1-4로 패하자 자신의 패배를 담담히 인정하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달 일본오픈에서 마롱에게 3-4로 졌다는 정영식은 "이번엔 내가 컨디션이 좋았는데도 졌다. 마롱이 완벽하게 준비하고 나온 것 같았다. 경기 내용에 대한 후회는 없었다"고 말했다.

정영식은 이번 대회에서 또한번의 희망을 보여줬다. 8강에서 세계 3위이자 역대 한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판젠동(중국)을 4-2로 눌러 대회를 들썩이게 했다. 그동안 국내 1인자로 꼽혔지만 국제 대회에선 약하단 지적을 받았던 정영식은 3년 전 리우올림픽 당시 중국 선수들과 자신있게 맞딱뜨려 주목받았던 때를 떠올리게 했다. 현장의 탁구인들은 "정영식의 탁구가 한층 더 진화됐다" "탁구 스타일이 더 단단해졌다"는 칭찬이 이어졌다.

2019 코리아오픈 탁구 남자 단식 4강에 오른 정영식. [사진 대한탁구협회]

2019 코리아오픈 탁구 남자 단식 4강에 오른 정영식. [사진 대한탁구협회]

정영식도 조금 더 자신감이 생긴 모습이었다. 그는 "판젠동은 오른손 셰이크핸드 중에서도 세계 최강이라고 생각하는 선수다. 그래서 많이 보고 배우려고 했고, 이길 방법을 찾았다. 그랬는데 이번에 이긴 성과가 생겨서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고 말했다. 마롱과의 경기에 대해서도 그는 "자신감을 통해 변화를 준 부분이 있는데 그게 통했다. 마롱이 강했던 만큼 후회는 없다. 도쿄올림픽까진 1년 남았다. 앞으로 치를 모든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게 목표인 건 변함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리우올림픽 이후 지난 2017년부터 비(非)중국 선수들이 중국 선수들을 한번씩 이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모든 나라들이 승리에 대한 희망이 생긴 상태다. 그만큼 다른 나라들이 올라왔고, 우리도 경험이 쌓으면서 좀 더 따라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2019 코리아오픈 탁구 남자 단식 4강에 오른 정영식. 부산=김지한 기자

2019 코리아오픈 탁구 남자 단식 4강에 오른 정영식. 부산=김지한 기자

그러면서도 정영식은 한국 남자 탁구 간판급 선수로서의 책임감도 엿보였다. 리우올림픽을 통해 '우리 영식이'라는 친근한 별칭이 생겼을 만큼 주목받은 그였지만 오히려 그는 "내가 욕심이 많아서 그런지, 아직 최고의 자리에 올라가지 못했기 때문에 한번도 최고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리우올림픽 전엔 내 부와 명예를 위해서 탁구를 했다. 그때 성적을 내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컸지만, 오히려 팬분들이 사랑을 더 많이 주시면서 너무 감사했다. 그때부터 탁구를 대하는 마음이 달라져 사람들한테 감동을 줄 수 있는 의미있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영식은 탁구대표팀 내에서도 대표팀 주장 이상수(삼성생명)와 함께 가장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그는 "이 정도 하면 세계 10위권을 가더라도 세계 1등은 안 되겠단 생각이 들더라. 결국 목표는 금메달이지 않겠나. 그래서 전혀 후회가 생기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하기 힘들단 말이 나올 만큼 더 열심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만큼 그의 말에선 간절함이 묻어났다.

김택수(왼쪽) 남자탁구대표팀 감독은 정영식의 든든한 조력자다. [사진 대한탁구협회]

김택수(왼쪽) 남자탁구대표팀 감독은 정영식의 든든한 조력자다. [사진 대한탁구협회]

내년 3월 부산 세계선수권(단체전), 7월 도쿄올림픽이 그 간절함을 발현할 수 있는 무대다. 그 무대를 앞두고 정영식은 의미심장한 말도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이기는 날도 있고, 지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올림픽 전까지는 절대 좌절하지 않으려고 한다. 전에 좌절도 많이 해봤는데, 좌절하는 시간이 아깝다. 좌절해서 시간 뺏기지 않고, 올림픽 때까지 한 곳만 바라보고 탁구 실력 늘린다고만 생각하려 한다. 세계 최고를 2020년 때 찍겠다"고 다짐했다. 그 말엔 힘이 실려있었다.

부산=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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