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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경제보복 부당"···한국당의 변신, 文정부보다 아베 때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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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7일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에 대해선 비판 목소리를  내면서도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일본의 경제보복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과 국제법 관례에도 맞지 않는 매우 부당한 조치"라며 "경제보복 확대는 양국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최악의 결정이 될 것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즉시 모든 보복 조치를 거둬들이고 양국관계 정상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일본의 경제보복 관련 긴급대책회의'에서였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이번 일본의 조치를 “G20에 강조된 자유무역주의 정신을 완전히 위배한 것이며 매우 어리석은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일본은 이러한 행위를 즉각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는 외교이고 경제는 경제다. 비정상적이고 비이성적인 조치를 즉각 철회하고, 한일 관계를 정상화할 것을 일본 정부에 촉구한다”라고도 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일본의 경제보복 관련 긴급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일본의 경제보복 관련 긴급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접근엔 차이가 있었다. 황 대표는 “우리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와 뒤늦은 대응에 정말 할 말이 많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지만, 지금 당장은 우리 국민과 기업의 피해를 막는데 역량을 결집해야 하는 만큼, 우리 당도 정부의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김현아 원내대변인도 “대내외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대한민국 경제에 큰 위기가 되지 않도록 자유한국당도 최대한 협력하겠다”는 논평을 냈다. 당내에선 한일 의원 외교를 통한 외교 채널 확대, 청와대와 여야가 함께하는 경제 원탁회의를 통한 한일 문제 해결 모색 등의 방안까지 거론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4일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일본의 수출규제를 사실상 ‘정치 보복’으로 규정한 뒤 총력대응 체제 구축에 나선 상태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6일 전 부처 장관들과 함께 관련 대책을 논의한 데 이어 7일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상조 청와대 정책수석이 기업인들을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께 30대 기업 총수를 만날 계획이다. 이런 대일본 대응의 틀에 야당의 협조도 끌어내겠다는 것이 청와대 입장이다. 김상조 실장이 지난 5일 황 대표를 예방한 것도 이런 흐름에 있다. 당시 김 실장이 협력을 부탁하자 황 대표는 “한일관계가 오늘과 같은 어려움에 부닥친 것은 문재인 정권의 무관심과 무능 탓”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시와는 다소 태도가 달라졌다. 여권 관계자는 "상황을 봐야 되겠지만, 야권이 공조해 준다면 힘이 될 것"이라고 반응했다.
 황 대표의 발언과 관련, 익명을 원한 최고위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외교부실 책임론만 제기하고 그치기엔, 이번 사안이 굉장히 엄중하다는 당내 공감대가 있었다"며 "우리가 경제 대안 정당을 자처하는 만큼, 경제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초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황 대표의 측근도 "야당으로서 정부의 무대책만 비판하기보다, 경제적 위기 국면을 맞아 정부의 대응에는 힘을 보태 일단 난국부터 헤쳐 나가야 한다는 뜻"이라며 "일본이 추가 보복을 계속할 경우, 한국 경제는 파국을 맞게 될 거란 업계 관계자들의 우려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당의 변신이 정부의 반일 프레임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빨갱이가 언급된 문 대통령 3ㆍ1절 기념사 이후부터 ‘한국당=친일 잔재’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한국당이 한일 문제에서 문재인 정부만 비판하는 것은 이 프레임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긴급대책회의에선 정부의 침착한 대응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인 이종구 의원은 "절대로 이 판을 키워서는 안 된다. 감정을 자극해서 싸울 것이 아니라, 국익을 위해 차분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 전문가로 참석한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일본은 한국에 수출하지 않아도 대체수단이 있고, 우린 대체 수단이 없다는 게 본질이다. 우리 정부는 어린애 같은 자존심에 의존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했다.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일본 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언급한 것과 관련,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현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WTO에 제소해서 이길 승산은 거의 없다. 이 방식으로는 현 상황을 해결하기보단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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