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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자료 통제|"의정 활동 위축" 정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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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감 자료 제출에 대한 통제가 9월 정기 국정 감사를 앞두고 여야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여당은 국감 자료 유출 사건을 계기로 국회 자료 제출을 엄격히 통제할 방침을 세워놓고 있는데 야당 측은 이 같은 방침이 국회 활동을 위축시킨다고 반발, 큰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오는 9월11일 (법정 개회일인 10일이 일요일) 정기 국회가 소집되면 12일부터 20일간 국정 감사를 실시하게 되어 있는데 감사에 대비한 사전 자료 검토를 위해 관계 기관의 자료 제출은 9월10일까지 돼야하고, 따라서 이제부터 상위별로 본격적인 자료 요청을 해야할 시기다.
이런 때에 정부·여당이 이러한 방침을 세워 여야간은 물론 행정부와 국회간에도 상당한 마찰이 예상된다.
국감 자료 요청에 대한 행정부의 불만은 야대 국회의 출범과 함께 시작됐다.
특히 지난해 국정 감사가 부활되면서 국회의 요구 자료가 엄청난 양에 이르렀다.
그동안 「5공 비리」로 표현되는 비정상적 국정 운용이 오랜 기간 계속된 탓도 있었고 더러는 비상식적인 요구도 없지 않았다.
선거 부정 특위는 서울·부산·경기·강원·경북 지역 1백81개 동 81만 가구 주민의 주민등록 사본을 요구했는데 이것은 무려 2.5t트럭 수십여대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정작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자료 유용 및 유출.
국회 주변에선 경제상위 의원들 중 자신이 소유 또는 관계하고 있는 기업체의 이익과 직결된 자료를 요청하거나 심지어 유관 기업체·단체로부터 「청부」 받고 자료를 요청하는 경우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여당이 문제 삼는 자료는 ▲사적으로 유용 될 가능성이 있는 자료 ▲인사 비밀에 관한 자료 ▲안보에 영향을 미칠 자료 등.
구체적으로 LNG 인수 기지 설계도면, 80년 이후 전국 시·도별 국유지·하천 부지 사용 계약서 사본, 전국 그린벨트 현황 등은 별도의 유용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고 총경 이상 경찰관 인사조서 사본 등은 인사 비밀에 관한 것으로 감사엔 필요 없다는게 정부·여당의 주장이다.
지난번 감사 때 80년 이후 무기 수입·수출 내용, 군별 무기 현황, 군 장비 현대화 5개년 계획 등이 국감 자료 등으로 제출됐는데 일부 자료는 팩시밀리를 통해 일본으로 넘어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자료가 북한으로도 넘어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지 않느냐고 강조한다.
그러나 현행법상 정부에는 제출 의무가 있어 ▲사전 조정 ▲법적 절차 준수 ▲사후 관리 등을 규칙으로 제정,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생각이다.
지난 4월 임시 국회 때에는 총리실에서도 별도의 내규를 마련하고 관계자들을 소집, 특별지시까지 했지만 자료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곧 바로 떨어질 의원들의 호통을 겁낸 행정부처의 눈치보기 때문에 그대로 지켜지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자료 유출 사건을 계기로 민정당의 협조를 얻어 국회 차원에서 규칙을 만들도록 할 작정.
먼저 행정이 마비될 정도의 과도한 자료 요구는 4당간 사전 조절하면 되지만 국가 기밀의 유출 가능성을 막는데 초점을 맞추겠다는게 정부측 주장이다.
지난 5월 이철 (무소속)·조윤형 (평민) 의원 보좌관이 국방위보고 자료를 유출시킨 사건이나 박석무 의원 (평민)처럼 문공위 국정 감사 자료 유출 사건이 재발토록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원들의 개인적 자료 요청은 일체 불응하고 대외비 자료·비밀 문서는 관리 규정을 만들고 주의 의무와 위반시 처벌 내용 등 경고문을 명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 측은 국정 감사를 앞둔 시점에 정부측이 다시 이 문제를 부각시키는 것은 국정 감사를 방해하겠다는 것이고 의정 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때문에 국정 감사를 앞두고 여야간 긴장 조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 철저한 규정을 만드는 것은 필요하나 이것이 정부측 자료 제출 거부의 구실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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