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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제특구, 지식창조형으로 만듭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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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인천 송도 국제도시가 대학들의 관심 지역으로 등장했다. 송도 국제도시야말로 부동산 양극화의 예로 거론되는 버블 지역이다. 시민들을 만나보면 송도가 제2의 강남이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중앙공원이나 컨벤션 홀, 대규모 아파트야 어느 도시든 없으랴. 그런데도 송도에 시민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외국학교 설립 가능성이다. 기러기 아빠를 마다하지 않는 부모들이 송도에 설립될 외국인 국제학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더불어 외국병원에 대한 희망도 크다. 학비가 1년에 2만 달러가 넘고, 외국병원의 입원비가 엄청나게 비쌀 것이라는 소문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시민들은 그렇다 치고 왜 대학들까지 나서는가. 이미 연세대와 인천시는 토지 공급계약을 했다. 동시에 인하대를 비롯한 국내 9개 대학이 송도에 입주하겠다는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밝혔다. 대학 간 경쟁이 치열해지자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대학 유치 및 선정 추진계획'을 들고 교통 정리에 나섰다. 올 8월까지 첨단 혁신 클러스터 조성 차원에서 유치 대학의 기능과 규모 등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핵심 앵커 역할을 할 수 있는 대학을 우선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칼질을 위한 수순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러한 의문 해소를 위해서도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세계 경쟁력을 갖춘 지역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미 송도는 한국형 실리콘밸리, 미디어밸리, 그리고 송도 국제도시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계획과 실천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 세계적 기업이나 초일류 기업들의 집적을 통한 클러스터가 왜 지지부진한지, 연구개발(R&D)과 생산.물류가 함께하는 복합거점과 국내법의 예외가 허용되는 특별행정기구는 과연 가능한지, 공간적 범주나 국적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기업 활동과 인프라 구축은 언제 가능한지 등에 대한 자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지적은 경제자유구역이 부동산정책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과도 맥을 함께한다. 부동산에 기댄 개발정책은 분명 위기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경제특구가 생산과 교역, 복합형에서 벗어나 지식창조형으로 진화하고 있는 세계적 흐름에 과연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가 하는 우려와도 관계가 깊다. 대학과 연계한 싱가포르 원노스(One-North) 프로젝트나 미국 대학의 첨단 과학단지(Science Park)를 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경제자유구역에 입지할 대학의 문제는 교육의 문제를 넘어 지식창조형 경제특구로 발전하기 위한 핵심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만약 일부 우려처럼 부동산 버블이 사실이라면 경제자유구역의 위기 또한 현실화될 수 있다. 이를 막는 길은 대학과 기업의 R&D센터에 파격적 조건을 부여해 우수 인력에 의한 기술혁신과 지식산업의 기반을 폭넓게 구축하는 일이다. 21세기 지식산업은 인재로부터 나오며, 그 핵심이 대학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민배 인하대 법대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