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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산고 이사장은 우리 지역 어른" '자사고 폐지' 칼뺀 전북교육감 극찬, 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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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살피고 있다. [뉴스1]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살피고 있다. [뉴스1]

"우리나라 사학 경영자 중 홍성대 이사장님 정도로 학교에 많은 예산을 투입한 분은 계시지 않다."

김승환 교육감, SNS서 홍성대 이사장 거론 #"사학 경영자로서 높이 평가" 답변 #"인재양성 개념 등은 정반대 위치" 선그어 #"다투더라도 인간적 애정 안버리겠다" 여운

김승환(66) 전북교육감이 지난달 28일 본인 페이스북에서 한 말이다. 김 교육감이 극찬한 홍성대(82) 상산학원 이사장은 최근 전북교육청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취소 절차를 밟고 있는 전주 상산고 설립자다. '수학의 정석' 저자로 유명한 홍 이사장은 지난 1981년 상산고를 세웠다. 이 학교는 김대중 대통령 때인 2003년 자립형사립고 전환 후 2011년 이명박 정부 들어 자율형사립고로 명칭이 바뀌었다.

전북교육청은 지난달 20일 "상산고가 기준점(80점)에서 0.39점 모자란 79.61점을 받아 자사고 지정 취소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상산고 측은 "타 시·도 교육청은 교육부가 권고한 기준점인 70점을 따랐는데 전북교육청만 80점으로 올린 것은 형평성과 공정성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양측이 '강 대 강'으로 부딪치는 전시 상황에서 '자사고 폐지' 칼을 뺀 김 교육감이 이른바 적장을 치켜세운 셈이다.

김 교육감의 이런 이례적 발언은 페이스북 친구(페친)와 상산고 자사고 폐지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나왔다. 앞서 김 교육감은 자사고 폐지를 두고 갈라진 지역 민심을 다룬 기사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홍성대 상산학원 이사장. [중앙포토]

홍성대 상산학원 이사장. [중앙포토]

이 게시물에 해당 페친이 "상산고는 그동안 좋은 학교로 상당 부분 (지역에) 기여했다. 지역민도 잘 안다. (하지만) 홍성대 이사장의 훌륭한 부분 외에 상산고의 다른 면은 좀 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상산고는 일반고로서도 충분히 21세기 명문 위치를 유지하면 된다"고 댓글을 남겼다.

이에 김 교육감이 답글을 달며 상산고 평가 발표 당일(지난달 20일) 다른 지역 총장과 교육에 관한 대화를 나누던 중 홍 이사장 얘기가 나왔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김 교육감은 이날 충북 청주에 있는 한국교원대에서 열린 교장 자격 연수에 강사로 나섰다. 전북대 법학과 교수 출신으로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그는 '헌법과 교육'을 주제로 강의했다.

김 교육감은 홍 이사장의 상산고 투자를 언급하며 "이런 사례는 전무후무할 것이다,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나는 그 점을 매우 높이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총장에게) 했다"고 전했다. 홍 이사장은 상산고 설립 이후 지금까지 사재 640여억원을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설립에 451억원, 학생 기숙사 확충에 190억원을 투자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지난달 28일 본인 페이스북에 남긴 답글. [김 교육감 페이스북 캡처]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지난달 28일 본인 페이스북에 남긴 답글. [김 교육감 페이스북 캡처]

김 교육감은 "문제는 그다음부터"라며 본론을 꺼냈다. "(홍 이사장은) 교육의 본질, 교육과정, 인재 양성의 개념, 인재의 공동체적 역할, 자사고가 공교육에 끼치는 영향 등에 대해서 저와 정반대의 위치에 계시다. 거리가 너무 멀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다툴 때 다투더라도 저는 그분을 우리 지역의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적인 애정까지 버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의견을 달리한다는 것이 상대방을 증오하는 감정으로 넘어가는 것을 우리 모두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육감 말에는 자사고 취소를 둘러싼 논의가 상대 진영에 대한 인신공격성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상산고 평가 발표 이후 정치권은 물론 진보·보수 진영에 따라 여론은 극과 극으로 나뉜다. 전북교육청을 옹호하는 쪽은 상산고를 '고교 서열화의 원흉' '특권 교육의 상징'으로 지목하고 일반고 전환을 촉구한다. 반면 자사고 존치론자들은 김 교육감을 '지역을 대표하는 명문고를 없애려는 독불장군' '불통 교육감'이라 부르며 상산고 자사고 유지를 주장한다.

이런 가운데 자사고 취소의 첫째 관문인 상산고의 청문 절차가 공개될지 주목된다. 청문은 오는 8일 전북교육청에서 열린다. 상산고 측은 구두로 청문 과정을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전북교육청 측은 "'청문 공개 신청서'를 서면으로 제출하면 공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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