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리얼리티 쇼’처럼 등장한 김정은…하노이 상처입은 리더십 만회 노렸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 땅 밟은 트럼프 미 대통령   (판문점=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함께 걸어가고 있다. 2019.6.30   scoo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북한 땅 밟은 트럼프 미 대통령 (판문점=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함께 걸어가고 있다. 2019.6.30 scoo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30일 오후 3시46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를 나눴다. 하루 전만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장면이 ‘리얼리티 쇼’처럼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판 ‘리얼리티 쇼’에 호응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이날 회담은 지난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122일 만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비무장지대(DMZ) 회동’ 깜짝 제안을 5시간여 만에 수용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 하노이 회담에서 상처 입은 리더십을 만회하려는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을 넘어감으로써 북한 땅을 밟은 첫 미국 대통령이 됐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미국 대통령을 북한 땅에 들인 북한 첫 최고지도자가 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21일엔 평양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열흘 새 세계 주요 2개국(G2) 정상을 북한 땅에 불러들인 셈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김 위원장은 60여시간 기차를 타고 하노이에 갔는데 빈 손으로 돌아오며 리더십에 내상을 입었다”며 “그러나 이번에 미·중 두 강대국 지도자를 연이어 만나며 자신의 리더십을 만회하는 기회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자리에 모인 남북미 정상   (판문점=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기 위해 넘어온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2019.6.30   scoo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자리에 모인 남북미 정상 (판문점=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기 위해 넘어온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2019.6.30 scoo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또 ‘톱 다운’ 정상회담 방식을 선호하는 두 사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관측도 있다. 김용현 교수는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나, 올 연말을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잡은 김 위원장 모두 서둘러 대화 동력을 만들 필요성이 있었다”며 “둘 다 시간이 쫓기는 상황에서 이심전심으로 만남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다 파격을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남다른 케미스트리 덕분에 이번 회담이 가능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이 역사적인 판문점 회담을 만듦으로써 앞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무대를 자신들의 독무대로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본이 G20의 개최국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김 위원장에게 DMZ 회동 제안을 트윗으로 날리며 전 세계 이목은 한반도로 이동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G20에 초대받지 않고도, 최대 수혜자가 됐다.

그러나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판문점에 나온 걸 두고 조급한 모습을 연출했다는 지적도 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실장은 “최근 북·러, 북·중 정상회담을 연이어 가지며 대미 압박 행보를 보인 모습치고, 김 위원장이 트럼프의 제안에 너무 쉽게 응했다”며 “북·미 정상이 직접 만나며 당초 북한이 미국에 지렛대로 활용하려던 중국의 중재 역할도 무력화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러시아, 중국을 활용해 비핵화 협상을 이끌 것으로 예상됐지만, 트럼프의 바람대로 움직이며 러시아, 중국 카드를 스스로 축소시켰다”며 “톱 다운 정상회담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