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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목적은 횡령이었다···500억 빼돌린 '코스닥 개미도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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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거래소 시황판. [연합뉴스]

여의도 거래소 시황판. [연합뉴스]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한 뒤 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빼돌려 사용한 이른바 ‘개미(소액주주)도살자’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코스닥 상장사인 지와이커머스의 실소유주 이모(62)씨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500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지와이커머스는 이씨의 인수합병 이후 내리막을 걷다가 현재 상장폐지 의결 상태다.

지와이커머스 등 3곳 상장폐지?회생절차 #피해 소액주주 1만명, 피해액 1000억원 추산 #벤츠 마이바흐 타고 유흥업소 가고

검찰은 코스닥 상장기업들을 인수한 뒤 회삿돈을 빼돌리는 수법을 반복한 이씨 일당으로 인해 피해를 본 소액주주는 1만명, 피해액은 1000억원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태권)는 28일 이씨 등 경영진 4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 하고 이사인 박모(54)씨 등 2명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IT부품업체 레이젠, 2017년 부품 제조사 KJ프리텍에서 똑같은 수법으로 빼돌린 자금으로 지와이커머스를 2017년 4월 인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족한 금액은 단기 사채를 끌어와 충당했다.

그는 인수합병 이후 처남을 사장으로, 조카를 이사로 임명하는 등 친·인척과 지인들로 회사를 장악했다. 임원진을 교체한 이씨는 회삿돈을 1년 4개월 동안 페이퍼컴퍼니로 빼돌린 사실이 조사 결과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그렇게 빼돌린 금액은 500억원에 달한다. 이씨는 이 돈으로 회사 인수를 위해 빌린 사채를 갚고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또 이씨는 이렇게 빼돌린 자금으로 또 다른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사실상 경영권을 독점한 이씨는 스스로 수억원대 연봉을 책정해 받기도 했다. 또 이씨와 함께 회사에 들어온 친인척들은 벤츠 마이바흐, BMW, EQ900 리무진 차량 등을 회사 명의로 빌려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법인카드로 유흥업소를 드나든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은 지와이커머스 소액주주들의 고소로 관련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씨가 지와이커머스를 인수하기 전 동일한 수법으로 레이젠과 KJ프리텍도 부실화한 정황을 파악했다. 이씨가 인수한 뒤 빠져나온 이 두곳은 각각 상장폐지 되거나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상장폐지 의결된 지와이커머스까지 포함하면 4년 새 회사 세 곳을 망하게 한 것이다.

검찰은 이씨가 횡령한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를 규명해 최대한 환수하고, 이씨 일당이 레이젠과 KJ프리텍에 끼친 피해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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