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최저임금 차등적용 파행에 중소기업계 "돈버는 가장 지불능력 고려 없이 가계비부터 쓰는 격"

중앙일보

입력

김기문 "사용자는 뒷전…할 말이 없다" 허탈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27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소기업 현안 관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중소기업중앙회]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27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소기업 현안 관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중소기업중앙회]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이 무산된 것에 대해 27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사용자가 항상 밀리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입을 열었다. 김 회장은 이어 "이번 최임위 공익위원이 전원 교체돼 사용자 의견 반영을 기대했는데 (차등 적용이 안 된다고) 쐐기를 박아버리니 할 말이 없다"고 허탈해했다.

지난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5차 전원회의에선 사용자 측이 주장해온 '업종ㆍ규모별 차등 적용'이 재적 위원 27명 중 반대 17명으로 부결됐다. 이에 반발한 사용자 위원 9명이 집단 퇴장 후 향후 회의 참석을 보이콧하면서 심의는 파행을 맞았다. 2020년 최저임금 결정 법정 시한인 27일을 하루 앞두고서였다.

26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전원회의장에서 열린 최저임금위 5차 전원회의에서 이성경 근로자위원이 사용자위원들에게 장미꽃을 전달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법정시한은 오는 27일까지다. 법정시한을 넘길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의 고시일을 감안해 7월 중순까지 심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뉴스1]

26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전원회의장에서 열린 최저임금위 5차 전원회의에서 이성경 근로자위원이 사용자위원들에게 장미꽃을 전달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법정시한은 오는 27일까지다. 법정시한을 넘길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의 고시일을 감안해 7월 중순까지 심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뉴스1]

중소기업계 "업종별 차등 적용 단서조항이라도 달아야"

중기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노동위)는 이와 관련해 27일 제주도 서귀포시 롯데호텔에서 '중소기업 현안 관련 간담회'를 열고 "업종별 차등 적용을 차후에 논의할 계획이란 단서조항이라도 달고 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중소기업단체 15개는 최임위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18일 ▶내년도 최저임금 최소한 동결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기업 지급능력 포함 ▶소상공인 업종·규모 반영한 구분 적용 등을 포함한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27일 간담회에서도 이런 기본 입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김기문 회장은 "전체 사업자의 15.5%가 지급능력이 없어 최저임금을 못 주고 있다"며 "특히 숙박음식업(43.1%), 농림어업(40.4%) 등 영세 소상공인은 미만율이 더 높다. 차등 적용으로 소상공인들이 범법자가 될 거란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기중앙회가 최근 실시한 '영세 중소기업 최저임금 영향도 조사'에는 경영 부담이 2년 전보다 40% 증가했다는 결과가 포함됐다.

이어 김문식 주유소조합 회장(노동위원장)이 "현행법은 최저임금 결정기준을 근로자 생계비ㆍ유사근로자 임금ㆍ노동생산성 등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기업의 지급능력 지표는 들어가 있지 않다"며 "가장인 남편의 경제력을 고려하지 않고 가계비부터 지불하는 주부가 있겠느냐"고 비유했다.

"신규 채용 없다…생산성 떨어지는데 어떻게 돈 많이 주나"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가 27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소기업 현안 관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인환 서울자동차정비업협동조합 이사장, 박평재 한국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김문식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노동위 위원장),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박순황 한국금형공업형동조합 이사장, 이의현 한국금속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사진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가 27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소기업 현안 관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인환 서울자동차정비업협동조합 이사장, 박평재 한국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김문식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노동위 위원장),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박순황 한국금형공업형동조합 이사장, 이의현 한국금속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사진 중소기업중앙회]

현장의 불만도 쏟아져나왔다. 이의현 금속공업조합 이사장은 "현장에선 인건비 부담으로 신규 채용은 아예 생각하지도 않는다. 대신 자동화 기계로 대체하는 방법을 찾는다"고 말했다. 김문식 회장은 "올해 셀프주유소 비중이 30%를 넘길 것"이라며 "주유소와 편의점 등 인건비 감당이 안 되는 소상공인들은 가족 경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이 이사장은 "기업이 이익은 많이 나면서 월급은 조금 준다는 이미지가 억울하다. 최저임금 인상, 52시간제 등으로 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데 어떻게 월급을 많이 주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날 중기중앙회 노동위는 "국내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34.4달러로 OECD 36개국 중 29위이나 소득수준 대비 최저임금은 4위(주휴수당 포함 1위)"라는 자료 냈다.

제주=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