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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르네상스 선언했지만…제조 기업 “체감경기 나빠져”

중앙일보

입력

골병드는 제조기업의 낙심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선포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선포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제조업 살리기를 본격 선언했지만, 제조 기업들은 오히려 경기가 더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대대적인 정책 발표를 기업들이 아직 완전히 신뢰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6일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7월 BSI 전망치(92.3)는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BSI 전망치가 100 이상이면 다음 달 경기가 이번 달보다 호조세를 보인다고 평가한 기업이 악화한다고 평가한 기업보다 많았다는 뜻이다. 반대로 100을 밑돌면 다음 달 기업 실적이 이번 달보다 나빠진다고 본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이로써 기업인은 2018년 5월(100.3) 이후 14개월 연속 경기를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산업 경기 전망. 그래픽=차준홍 기자.

산업 경기 전망. 그래픽=차준홍 기자.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경기 전망 악화가 두드러진다. 비제조업 경기전망(89.7→96.7)은 개선하고 있는 반면, 제조업 경기전망(89.2)은 2018년 5월(100) 이후 14개월 연속 기준치를 밑돌고 있다.

특히 제조업 중에서도 경공업(100)보다 중화학공업(86.8)에서 부정적 전망이 주류다. 구체적으로 고무·플라스틱 및 비금속광물(65.2), 의약품제조업(66.7), 1차 금속 및 금속가공(82.8) 등의 중화학공업이 가장 경기를 심각하게 본다.

비철금속기업 가장 부정적 전망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에 대해서 기업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수출부진”을 가장 많이 꼽았다. 미국과 중국은 2018년 7월부터 1년째 관세전쟁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미국 상무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를 대상으로 제재를 결정했고,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중국의 슈퍼컴퓨터 관련 업체·연구소를 거래제한 명단에 추가했다.

때문에 2018년 7월 이후 기업 수출전망은 100 미만을 기록 중이다. 월별 수출액 동향 역시 감소 추세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수출증감률은 2018년 12월 이후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경기전망과도 대체로 일치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7월 업황전망 경기전망지수(SBHI·82.0)는 6월 대비 4.0포인트 하락했다. 제조업의 7월 경기전망(83.9)도 마찬가지다. 특히 1차금속(90.1→78.1)·가죽가방및신발(80.2→72.2)·의료용물질및의약품(96.4→88.1) 등 16개 업종 SBHI가 크게 하락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편 정부는 제조업 살리기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제조업 르네상스 대책’을 발표했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24일 제조업 르네상스 후속 조치에 대한 생각을 밝힌 바 있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국내·외 40개 기관의 올해 한국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2.2%)이 지난달(2.4%)보다 0.2%포인트 더 떨어졌다”며 “미·중 무역전쟁 타결 지연으로 국내 기업 수출이 감소하고, 이로 인해 기업 실적이 악화하면 다시 투자 감소라는 악순환 고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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