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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맥주 4개 사면 1개 덤, 이런 행사 못 본다?…국세청 ‘가격통제’ 논란

중앙일보

입력

김현준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정치권에선 국세청이 주도한 ‘전국 동일가격 술 납품제’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세청 고시로 주류회사들은 다음 주(7월 1일)부터 전국 도매점에 동일 가격으로 술을 판매해야 한다. 이에 야당은 “국세청의 가격 통제”라며 이번 청문회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려는 분위기다.

논란은 국세청이 지난 3일 ‘주류 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같은 술의 경우 ‘동일 시점엔 동일 가격으로 납품해야 한다’는 내용에 주류 업계가 뒤집어졌다.

주류(수입) 회사→도매점→소매·판매점 순으로 주류는 유통된다. 그간 주류 회사는 거래 규모가 큰 도ㆍ소매점에 더 많은 공짜 술을 주는 방식으로 거래해 왔다. 양주 10상자를 주문하면 1~2상자를 덤을 주는 식이다. 주류회사나 도매점이 음식점, 술집에 “우리 술을 써 달라”며 현금을 주기(리베이트)도 한다.

수입맥주 브랜드 코로나 [사진 AP=연합뉴스]

수입맥주 브랜드 코로나 [사진 AP=연합뉴스]

앞으로 이런 관행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한 달에 1만 병씩 판매하는 대형 도매점과 소도시에서 한 달에 10병을 판매하는 영세 도매상에 주류회사가 납품가격을 똑같이 맞춰야 하는 게 국세청 고시 개정안의 요지다. 이를 따르지 않을 시 주류회사는 물론 도ㆍ소매업자들도 처벌(쌍벌제) 된다.

이에 대해 대형 도ㆍ소매점과 야당은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반발한다. 기획재정위 소속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가격 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낮은 가격을 제공해야지, 국세청이 나서서 술 납품가를 똑같이 하라는 건 공산주의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국세청 고시 적용을 코앞에 두고 주류 시장에선 ‘할인 술 사재기’ 현상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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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세청은 소규모 도매점과의 상생, 공정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봐 달라는 입장이다. 소규모 도매점은 대형 도매점과 맞붙을 수 있는 경쟁력이 생겼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도 국세청을 지원한다. 기재위 소속 민주당 관계자는 “저가 물량 공세로 주류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 후보자는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로 보낸 서면 답변서에서 “주류 시장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거해야 주류 가격이 정상화 된다”고 밝혔다. 다음은 서면 답변서 주요 내용.

김현준 국세청장 후보자 [연합뉴스]

김현준 국세청장 후보자 [연합뉴스]

전체 리베이트 규모는.
“정확히는 모른다. 다만 양주의 리베이트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추정한다.”
자영업자(유흥업소 등)에겐 타격인가.
“도매점이 수익보전을 위해 업소에 판매가격을 인상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술 가격이 일시적으로 인상될 순 있지만, 곧 안정화될 것이다.  
그렇게 예상하는 근거는.
“주류회사에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주류시장 내 움직임이 탐지되고 있다.”
앞으로 주류 판매업자들이 주류 제조ㆍ수입회사의 지원금(리베이트, 판매장려금)을 받으면 처벌을 받게 된다. [사진 롯데주류]

앞으로 주류 판매업자들이 주류 제조ㆍ수입회사의 지원금(리베이트, 판매장려금)을 받으면 처벌을 받게 된다. [사진 롯데주류]

바뀌는 제도가 소비자에게 유익할지도 공방 거리다. 앞으로는 주류 회사가 마트 등에 납품하는 술의 출고 가격을 다르게 책정할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4캔에 1만 원’, ‘4캔에 플러스 1캔’ 등의 프로모션이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맥주는 편의점 납품가격이 대형마트보다 낮았는데, 대형마트 수준으로 맞추게 되면 편의점에서 3캔에 1만 원 등으로 조정하거나 덤 행사를 없앨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26일 예정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까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송부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 상태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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