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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한보 4남 정한근, 유전개발 사업 위해 에콰도르 택한 듯”

중앙일보

입력

해외 도피 중이던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씨(54)씨가 두바이에서 체포돼 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됐다. [뉴스1]

해외 도피 중이던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씨(54)씨가 두바이에서 체포돼 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됐다. [뉴스1]

"아버지 모시고 유전개발 사업차 에콰도르 거주" 진술

해외도피 21년 만에 붙잡힌 한보그룹 4남 정한근(54)씨가 에콰도르에 머물고 있던 이유가 확인됐다. 국내에선 정씨가 국외 도피 장소로 에콰도르를 선택한 것에 대해 많은 의문이 제기돼 왔다. 정씨는 미국 시민권자 신분으로 에콰도르에서 거주하던 중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가기 위해 파나마를 경유하다 붙잡혀 한국에 송환됐다.

검찰은 25일 “정씨가 유전개발 사업을 하기 위해서 에콰도르로 갔다고 추측하고 있다”며 “정씨도 검찰 조사에서 그런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예세민)는 유전개발 사업을 운영했다는 정씨의 진술을 토대로 실제 사업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정씨는 에콰도르 과야킬에서 아버지인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과 살았다고 한다. 과야킬은 에콰도르 수도인 키토에서 500km가량 떨어진 태평양 해안 도시다. 정씨는 “아버지가 따뜻한 곳에서 살기를 원해서 에콰도르 내에서도 적도와 가까운 과야킬에 거주하게 됐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유전개발 회사, 실재한다면 재산 환수 핵심

정씨가 에콰도르에 자리를 잡고 살기 시작한 건 2017년 7월이지만 그 이전부터 에콰도르를 오갔다고 한다. 정 전 회장이 키르기스스탄에서 위조한 여권을 이용해 에콰도르에 처음 입국한 건 2010년 7월로 특정됐다. 정씨와 정 전 회장이 2017년 이전에 에콰도르에서 만나 사업을 함께 모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정씨가 에콰도르에서 운영한 유전개발 회사 관련 서류를 일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서류에는 정씨가 신분세탁을 위해 사용한 이름과 사업목적 등만 기재돼있다고 한다. 검찰은 실제 사업 운영 여부와 투자 규모 등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정씨가 이 사업체에 거액을 투자했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의 유전개발 사업체는 은닉재산 환수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정한근, 가족 만나러 가려다 붙잡힌 듯

에콰도르에서 사업에까지 관여하던 정씨는 자신의 가족을 만나기 위해 비행기에 탑승했다가 붙잡힌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는 “에콰도르에서 살던 집 등을 모두 정리하고 LA를 거쳐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가족을 보러 가려고 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정씨의 가족들은 정씨가 캐나다 시민권을 취득한 이후 그를 ‘스폰서’로 등록해 캐나다에 살고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편 검찰은 정 전 회장이 2007년 재판을 받던 중 돌연 출국해 잠적한 직후부터 정씨와 만나 함께 도피생활을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씨는 검찰에서 “아버지가 해외로 나온 직후부터 모시고 다녔다. 2015년에는 아버지 건강상태가 악화해 돌아가시기 전까지 부양에 전념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 "정태수 전 회장 사망 가능성 커" 

정씨는 정 전 회장이 지난해 사망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검찰 역시 정 전 회장이 실제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관련 증거를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정씨는 에콰도르 당국이 발급한 정 전 회장의 사망증명서와 유골함 등을 정 전 회장의 사망 증거로 제시했다. 사망증명서에는 정 전 회장의 위조여권에 기재된 이름과 같은 인물이 2018년 12월 1일 신부전증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고 한다.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왼쪽)과 정 전 회장의 4남 한근씨. [중앙포토·연합뉴스]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왼쪽)과 정 전 회장의 4남 한근씨. [중앙포토·연합뉴스]

검찰 관계자는 “정씨가 정 전 회장의 장례식에 참여했다는 사람들에 대해 말을 한 만큼 필요하다면 이들도 참고인으로 조사해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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