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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신공항, 여권의 PK 총선전략용이어선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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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국무총리실에서 재검증하기로 해 지역 갈등이 다시 불붙고 있다. 3년 전 박근혜 정부가 내린 ‘김해공항 확장’ 결론을 백지화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0일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등 민주당 소속 부산·경남(PK) 광역단체장 3명과 면담한 뒤 “김해 신공항의 적정성에 대해 총리실 검토 결과에 따르겠다”는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에 대구시와 경북도는 “영남권을 또다시 갈등과 분열로 몰아가는 행위”라고 반발하고 있고, 여권 핵심인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조차 “가덕도 신공항으로 간다면 엄청난 갈등이 남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당연한 반응이다. 가덕도(PK 지지)냐 밀양(TK 지지)이냐를 놓고 10년 이상 갈등을 벌이던 사안을 가까스로 봉합해 놓았는데, 이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3년 전과 사정이 달라진 게 있다면 영남권 3개 광역단체장이 민주당으로 바뀌었다는 것뿐이다. 이들이 영남권 5개 단체장의 합의사항이자 이전 정부가 내린 결론을 뒤집으려 하니 어찌 반발이 크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김해공항 확장 문제에 대한 ‘총리실 검증’을 지시하면서 이들의 손을 들어줬고, 마침내 재검증 단계까지 오게 됐다.

이미 정부·여당은 지난 1월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로 24조원대의 예비타당성 면제사업을 발표하면서 PK에 무려 6조7000억원을 배정했다. 반면에 TK는 1조5000억원대였다. 용역에 맡겨 놓은 공공기관 이전 수혜 지역도 PK가 될 것이란 말까지 여권에 심심치 않게 돌아다니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신공항까지 재검토한다고 하니 내년 총선을 앞두고 흔들리는 PK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여권 차원의 총선 전략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만하다.

신공항 입지 선정은 국가경쟁력과 지역균형발전 문제이면서 국민 안전 문제다. 김해공항 확장만으론 24시간 동남권 관문공항 역할이 어렵고, 안전과 소음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또 다른 선물 보따리들이 너무 노골적이다 보니 이런 의심을 사고 있다. 총리실은 김해공항 확장 시의 안전, 소음, 경제성에 관한 문제제기가 사실인지 과장된 것인지 정확하게 검증해 공개해야 한다. 국민 동의 대신 정치적 고려로 수조 원대의 대형 국책사업에 대해 섣부른 결론을 내렸다간 역풍이 더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