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군사행동 고려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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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 상원 외교위원장인 리처드 루거(공화) 의원은 9일 ABC방송의 '이번 주(This Week)' 인터뷰에서 "미사일 발사로 대북 직접 대화의 유효성은 사라졌다"며 "만약 외교적 노력이 실패하고 북한이 미국을 위협한다면 군사 행동도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대북 압력 수위를 높여야 하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인한 극동 지역 내 군비 경쟁을 막기 위해 이 지역에 강력한 동맹을 형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과 대외 정책에서 여러 번 충돌해온 공화당의 차기 대선 주자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이날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에서 계속 주저할 경우 미국과의 관계가 여러 분야에서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이라는 부시 행정부의 정책을 측면 지원했다.

이에 앞서 루거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미사일 문제는 미.북 간 양자 문제"라며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직접 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었다. 두 달 전인 5월에는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해체를 전제로 미.북 간 관계를 정상화하는 법안 마련에 착수하기도 했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미국과 북한의 수도에 각각 연락사무소를 개설한다는 전향적 내용이었다. 부시 행정부는 당시 루거가 여당의 거물임을 감안해 법안의 타당성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루거는 체면을 구겼고, 결국 대통령에게 동조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으로 보인다.

또 7월 중 개성공단을 방문하기로 했던 제이 레프코위츠 미 북한 인권 특사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방문 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레프코위츠 특사의 개성 방문은 미국이 남북 교류의 걸림돌로 여겨져선 안 된다는 국무부 등 협상파들의 의견을 부시 행정부가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돼 왔다. 따라서 레프코위츠 특사의 방북 무산 역시 협상파의 입지가 좁아진 결과로 관측되고 있다.

북한은 미.북 간 양자 대화 기회를 틔워보려고 미사일을 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과는 오히려 미국 내의 양자 대화 지지자들을 잃는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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