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조 외세 침략에 공동투쟁” 노동신문에 이례적 기고

20일 1박2일 일정으로 방북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9일 북한 노동신문에 장문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오늘 방북 앞두고 전통적 협력 강조 #비핵화 문제엔 “진전 이루게 기여”

19일자 북한 노동신문 1면에 게재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기고문. [사진 노동신문]

노동신문이 2001년과 2005년 각각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등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을 기해 도착 성명이나 서면 연설을 싣기는 했지만 중국 최고지도자가 방북을 앞두고 기고문을 게재한 건 이례적이다. 정부 당국자는 “시 주석의 방북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취임한 뒤 한국을 제외한 주요 국가 정상의 첫 방문”이라며 “기고문 게재가 김정은 시대 들어 등장한 북한의 변화인지, 이번 북·중 정상회담을 곱지 않게 보는 주변국의 시선을 의식한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은 2600여 자에 달하는 기고문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대화와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도록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신이 나서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회담에 촉진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또 “새 시대에 중·조(북한) 관계가 풍랑을 헤치고 힘차게 전진하도록 추동할 것”이라며 “두 나라 인민들은 외세의 침략을 공동으로 반대하고 나라의 독립과 민족의 해방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했다”고 썼다. 북한과 전략적 협력관계 및 전통적인 친선관계를 돈독히 하겠다는 약속이다. 앞서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지난 1월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전략적 협력을 약속했다.

시 주석의 기고문은 평양에 집중돼 있지만 결국 목표는 워싱턴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일 오후로 예상되는 평양에서의 북·중 정상회담은 오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의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마련됐다는 점에서다. 익명을 원한 국책연구기관 인사는 “시 주석이 몸은 평양에 가 있겠지만 눈과 마음은 워싱턴에 가 있을 것”이라며 “시 주석이 비핵화 촉진자로 나선 건 결국 트럼프 대통령을 염두에 둔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간 “셈법을 바꾸라”고 미국에 요구해 왔던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해 달라며 비핵화와 관련해 뭔가 행동하겠다는 약속을 해줄지를 놓곤 관측이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하는 게 장사가 되는데 왜 중개자를 거치겠냐는 전망이 있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의 평양 방문은 과거 김 위원장이 네 차례나 자신을 찾아온 과거를 무시할 수 없는 데다 ‘평양 이후’ 어느 시점에서의 서울 방문까지 염두에 둔 사전 조치의 성격도 포함됐다는 분석도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