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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낳으면 500만원 주는 회사는?..."여성 행복이 기업 행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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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GS리테일 여성 직원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GS리테일]

GS리테일 여성 직원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GS리테일]

#. GS리테일 영업팀 12년 차 이경선(33) 대리는 지난 1월부터 육아휴직 중이다. 이번이 셋째다. 회사에선 셋째 아이 출산장려금으로 300만원을 받았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둘째 출산 시 200만원, 넷째 출산 때는 500만원을 지원하는 GS리테일의 출산지원장려금 제도 덕분이다. 김 대리는 "2007년 입사해 GS리테일에서 세 자녀를 모두 출산했고 건강하게 키우고 있다"며 "임신·출산 배려 문화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효성그룹의 조모(32) 대리는 2016년 6월 출산휴가를 떠났다가 2017년 9월 원직으로 복귀했다. 효성그룹은 출산휴가 기간 인사고과 불이익 없이 100% 원래 업무에 복귀하도록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조 대리는 "내년 과장 진급 예정인데 출산휴가가 인사고과에 악영향을 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 좋다"며 "휴가 동안 아이가 크는 모습을 보고 돌아와 마음도 한결 놓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주 52시간 근무 제도 시행가 시행된 2일 오전 서울 중구 시내의 한 기업 건물로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2018.07.02.  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주 52시간 근무 제도 시행가 시행된 2일 오전 서울 중구 시내의 한 기업 건물로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2018.07.02. taehoonlim@newsis.com

임신·육아, 기업이 함께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19일 ‘600대 기업의 여성 고용 비율 분석’을 바탕으로 인사·복지 제도 및 프로그램 운영 사례(55개사)를 조사한 결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여성 친화 기업문화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임 시술비 지원, 가사도우미 비용 지원 등 이색적인 제도부터 경력단절 여성 지원 인턴십 프로그램 등 여성의 고용차별 해소에 앞장선 기업도 있었다.

여성 친화적 기업문화에는 임신·출산·육아와 관련한 제도가 많았다. 효성그룹 계열사 효성ITX는 여성 고용 비율이 82.9%다. 육아휴직 종료 후 100% 원직 복귀와 동등한 승진기회를 보장하는 기업으로 조사됐다. SK하이닉스는 산후 도우미 서비스와 산부인과 이용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현대백화점은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여성 직원들에 시간제 가사 도우미 비용 절반을 지원하는 제도를 운용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기존에는 남성 비중이 훨씬 높은 직장이었는데 여성 직원 비율 확대를 위해 2010년부터 관련 정책을 다수 도입했다"며 "당시 저출산 문제와 일-삶의 양립 문제 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라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에는 사내 모성보호 담당자 제도를 마련하고 임신·출산 직원을 대상으로 정보 제공과 의견 청취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임신 근로자에게는 택시 출퇴근을 위한 교통비도 지원한다. 여성 직원을 위한 제도였지만 혜택은 전 직원으로까지 확대돼 현재 현대백화점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 비율은 30%를 넘는다.

양은연 한경연 국가비전연구실 과장은 “기업의 임신·육아·출산 지원 제도는 여성 직원뿐만 아니라 기업의 전체 구성원 만족도로 이어진다"며 "각종 지원책은 여성에서 남성 직원으로까지 확대돼 육아·출산 부담을 나눠 갖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롯데그룹은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처음으로 2017년부터 '남성직원 의무 육아휴직'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김경식 롯데백화점 경영지원부문 인사팀 대리가 육아용품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 롯데그룹]

롯데그룹은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처음으로 2017년부터 '남성직원 의무 육아휴직'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김경식 롯데백화점 경영지원부문 인사팀 대리가 육아용품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 롯데그룹]

가족 같은 기업 NO, 가족을 위한 기업 YES

직원의 업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직원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기업도 있었다. '가족 같은 기업'이 아닌 '가족을 위한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자녀 동반 ‘오즈의 가족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심리상담사와 지역전문가가 동행하는 체험학습을 지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효성ITX, 삼성전자 등은 전문의나 상담사를 고용해 임직원의 고충을 상담·치료하는 기관을 기업 내부에서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신세계푸드의 쿠킹클래스 프로그램도 독특하다. 신세계푸드는 임직원 가족들이 전문 셰프에게 제빵, 한식, 양식 등 20여 종의 요리법을 4주 동안 배울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의 승진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없애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도 한경연의 이번 조사를 통해 알려졌다. 롯데쇼핑이 대표적이다. 롯데쇼핑은 여성 간부직원 대상 롯데WOW(Way Of Women)포럼을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여성 인재육성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로, 여성 직원을 위한 특강과 문화공연도 함께 제공된다. CJ프레시웨이는 경력단절 여성 인력의 직장 복귀를 지원하기 위한 ‘리턴십’을 운영하고 있었다. 신세계푸드는 채용 공고 시 경력단절 여성 채용도 함께 공고하며 이전 직장 재직 경력을 100% 반영해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주요 대기업은 출산·육아지원, 여성 인재육성제도와 일·생활균형을 추구하는 기업문화를 잘 갖추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러한 제도가 중소기업에까지 확대 적용될 수 있도록 세제 혜택, 지원금 증액 등 정부의 실효성 있는 정책이 고려돼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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