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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형 성폭행범으로 몬 고유정 현 남편 용서…그분도 피해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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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의 현 남편인 A씨가 17일 제주시 한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고유정의 현 남편인 A씨가 17일 제주시 한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그때는 분노했지만, 이제는 용서하기로 했습니다."

지난달 31일 새벽 전남편 동생에게 전화 #"당신 형 성폭행범으로 고소하겠다" 화내 #현 남편 "동생분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동생 "현 남편 아들 죽음 안타까운 일"

고유정(36)에게 살해된 강모(36)씨 친동생(33)은 1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죽은 형을 성폭행범으로 몬 그분(고유정 현 남편)의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이렇게 말했다. 고유정 현 남편 A씨(37)는 전날 "전남편 친동생에게 전화해 '당신 형을 성폭행범으로 고소하겠다'고 했다. 이 자리를 빌려 동생분에게 화낸 것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강씨 동생은 "처음엔 그 여자와 같은 (형 살해) 가해자인 줄 알고 분노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에게 전화가 온 건 지난달 31일 0시 30분쯤이었다고 한다. 강씨가 지난달 25일 이혼 후 2년간 못 보던 아들(5)을 만나러 전처 고유정이 예약한 제주시 조천읍 한 무인(無人) 펜션에 갔다가 가족과 연락이 끊긴 지 엿새 만이었다.

강씨 동생은 "정확히 (A씨는) '고유정 남편입니다. 형 바꾸라'고 했다. 제가 '못 바꾼다. 나한테 얘기하라'고 하니 '성폭행범으로 형을 고소하려고 한다'고 했다. (제가) '당장 가서 경찰에 고소하라'고 했다. 너무 화가 나 언성이 높아졌다. 그러자 '가족 아니냐. 평생 전자발찌나 차고 살아라' 하고 끊었다"고 전했다.

그는 "협박성 전화였고, 형 죽음을 확신했을 때여서 더욱 화가 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범이 아닌 것 같았다"고 했다.

강씨 동생은 "무엇보다 그 여자(고유정)의 사전 계획을 증명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 물품인 졸피뎀(수면제)을 현 남편이 찾아 줬지 않느냐"고 마음이 누그러진 배경을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5일 고유정과 면회 과정에서 '파우치(작은 주머니)가 압수됐느냐'는 고씨 물음을 수상히 여겨 여행용 가방(캐리어)에서 약봉지를 발견해 경찰에 이 사실을 알렸다. 앞서 경찰은 지난 1일 고유정을 충북 청주시 주거지에서 긴급체포할 당시 여행용 가방 안에 있던 수면제 약봉지는 압수 물품에서 빠뜨린 것으로 확인됐다.

강씨 동생은 "그 가정(고유정이 의붓아들을 살해했을지 모른다)이 사실이라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제 그분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입장으로 바라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A씨 아들(5)이자 고유정의 의붓아들은 제주도 친할머니 집에서 지내다 지난 2월 28일 청주의 A씨 집으로 온 이틀 후에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고씨가 아들을 죽인 것을 밝혀 달라"며 지난 13일 고유정을 제주지검에 고소했다.

제주=김준희·이병준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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