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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가 발목잡는 한국엔 희망이 없다"…아시아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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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지을 때 좋은 결실을 얻으려면 3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는 좋은 씨앗, 둘째는 좋은 땅, 셋째는 적당한 때입니다. 드디어 적당한 때가 찾아왔다고 봅니다.”

[인터뷰]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중앙포토]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중앙포토]

‘가치 투자의 원조’로 불리는 강방천(59) 에셋플러스 자산운용 회장이 국내 금융투자업계에 ‘슈퍼아시아’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을 들고 나왔다. 중국을 제외한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인도를 포함하는 말이다. 중국과 가까워 중국 경제 성장의 혜택을 받으면서도 중국과는 다른 성장 모델을 갖고 있는 점이 이 지역의 특징이란 설명이다.

강 회장이 내놓은 ‘슈퍼아시아 리치투게더 펀드’는 10년 전 선보인 ‘리치투게더 펀드’ 시리즈의 네번째이자 마지막 상품이다. “가격은 가치에 종속된다”는 신념을 내세우는 강 회장이 투자회사 설립 20년을 맞아 출시한 ‘야심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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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회장은 한국외대 경영정보학과를 졸업한 뒤 쌍용투자증권(현 신한금융투자)과 동부증권(현 DB금융투자)의 펀드매니저를 거쳐 35세에 봉급생활자의 삶을 청산하고 컨설팅 회사를 차렸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저평가된 증권사 우선주와 한진해운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대박 수익’을 거둔 뒤 투자자문사 설립의 종잣돈으로 삼은 일은 아직도 업계의 전설로 회자된다. 다음은 강 회장과 일문일답.

아시아 신흥국 가운데서도 성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 받는 베트남의 하노이 증권거래소. [중앙포토]

아시아 신흥국 가운데서도 성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 받는 베트남의 하노이 증권거래소. [중앙포토]

글로벌 경제 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 왜 이 시점에서 아시아 펀드인가.
“투자 지향형 경제구조가 소비 지향으로 바뀌는 시점에 주목했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게 경제 성장률이 높으면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 경쟁이 치열할 때는 맞는 말이 아니다. 경쟁이 치열할 수록 제품 가격은 싸지고 기업의 이익률은 낮아진다. 그런데 주가는 기업의 이익으로 먹고 산다. 따라서 소비가 경제를 이끌 때 구조적으로 위대한 기업이 탄생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특히 중국의 변화하는 소비력이 주변 국가의 소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이다.”
한국 경제와 시장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혁신이 멈췄다는 점이다. 미국 증시는 이미 전고점을 회복했는데 한국 증시는 비실비실한 이유다. 사실 한국 사람들은 기질적으로 모험을 좋아한다. 회사를 뛰쳐나와서 자영업을 하려는 것도 모험을 좋아하는 기질에서 나왔다. 하지만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어 희망을 찾기 어렵다. 특정 부문이 아니라 거의 모든 부문에서 규제가 혁신을 가로막는 상황이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예컨대 국회에서 규제 청문회를 연 뒤 그 자리에서 바로 규제를 풀어버리는 식이다.”
베트남이나 인도 등 개별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는 이미 많이 나왔다. 투자 대상 지역을 넓게 잡은 이유는.
“예컨대 베트남 한 나라에 투자하는 것은 시장이 너무 작다. 시가총액이 작은 시장에선 수익률 왜곡 현상이 나타나기 쉽다. 단지 돈이 몰린다는 이유 만으로 수익률이 올라가는 식이다. 반면 시가총액이 크면 돈이 많고 적음에 따라 수익률이 왜곡되는 일이 없다. 시장을 넓게 잡으면 산업별로 균형 잡힌 투자를 하는 데도 유리하다. 예컨대 인도네시아는 1차 산업, 베트남과 대만은 제조업 중심의 2차 산업이 강하다. 3차 산업에서도 태국은 관광, 인도는 정보기술(IT), 싱가포르는 금융서비스 등 특색이 있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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