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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쥴·릴베이퍼 점유율 10%땐 건강기금 2000억 줄어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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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전자담배 1위 쥴, 한국 정식판매 시작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미국 전자담배 시장 1위 제품인 &#39;쥴&#39;(JUUL)의 한국 정식 판매가 시작된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GS25 동자제일점에서 매장 관계자가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 2019.5.24   superdoo82@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미국 전자담배 1위 쥴, 한국 정식판매 시작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미국 전자담배 시장 1위 제품인 &#39;쥴&#39;(JUUL)의 한국 정식 판매가 시작된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GS25 동자제일점에서 매장 관계자가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 2019.5.24 superdoo82@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쥴(쥴랩스코리아)ㆍ릴베이퍼(KT&G) 등 최근 출시된 신종 액상형 전자담배가 많이 팔릴수록 금연 지원 사업 등에 쓰이는 건강증진기금이 급감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순례 의원(자유한국당)은 신종 액상형 전자담배 점유율에 따른 담뱃세(건강증진기금) 변화 시뮬레이션 결과를 13일 공개했다. 신종 액상형 전자담배는 USB 모양의 기기에 액상 카트리지를 끼워 피우는 제품이다. 액상 니코틴을 가열해 연기로 바꿔 흡입한다.

사용 간편해 판매량 급증하는데 #담뱃세는 일반담배의 절반 수준 #“흡연 안 줄어도 기금 감소할 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담배 시장은 일반 궐련담배(89.3%)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10.65%)가 뒤를 잇는다. 지난해 담배에서 걷은 건강증진기금은 2조8924억원이다. 이 기금은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금연 교육ㆍ광고, 흡연피해 예방, 흡연 피해자 지원 등 건강관리 사업에 쓰인다. 만약 쥴 등 액상형 전자담배의 점유율이 10%가 되면 건강증진기금은 2조6982억원으로 급감한다. 액상형 전자담배 점유율이 10%포인트 늘 때마다 기금은 약 2000억원씩 줄어들게 된다.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담배 제품이라도 제품 유형별로 세금이 달리 매겨지기 때문이다. 담뱃값의 상당 부분은 세금이다. 일반 궐련담배 20개비(1갑)에는 담배소비세와 개별소비세, 지방교육세, 부가가치세, 국민건강증진기금(841원) 등 총 3323원의 세금이 붙는다. 담뱃값(4500원) 대비 73.8%다.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의 세금은 3004원(건강증진기금 750원)이다. 반면 액상형 전자담배(니코틴 1㎖ 기준)의 세금은 절반 수준인 1670원(525원)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김 의원은 “흡연율은 줄어들지 않는데도 건강증진기금 수입은 줄어드는 이상한 상황이 조만간 벌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2017년 5월 처음 출시된 궐련형 전자담배가 1년여 만에 국내 담배 시장의 10%를 차지할 만큼 많이 팔린 것을 고려하면 이러한 전망은 무리가 아니다. 쥴은 미국에서 2015년 출시돼 2년 만에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 70%를 넘어섰다. 피우기 간편하고 냄새ㆍ연기가 덜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10대 청소년과 20대 젊은 층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국내에서도 출시 직후 판매점 곳곳에서 품절되는 등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이성규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은 “기존 흡연자가 담배를 끊어서 건강증진기금 수입이 줄어든다면 정말 좋은 일이지만, 신종 담배로 갈아타서 그렇게 되는 건 문제가 있다”라며 “세금을 적게 물리는 만큼 제품 가격이 낮아지는데 그러면 저소득ㆍ청소년층을 담배로 유인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은 담배 세금 정책은 가능한 단순화하라고 권고한다. 다양한 가격의 제품이 시중에 깔리면 담뱃값에 대한 부담 때문에 금연하기보다는 다른 담배로 갈아타는 ‘풍선 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KT&G가 쥴의 대항마로 27일 출시하는 액상형 전자담배인 릴 베이퍼와 전용 카트리지인 ‘시드(SiiD)’. [사진 KT&G]

KT&G가 쥴의 대항마로 27일 출시하는 액상형 전자담배인 릴 베이퍼와 전용 카트리지인 ‘시드(SiiD)’. [사진 KT&G]

김순례 의원은 “쥴 등은 간편한 사용성을 특징으로 하여 판매량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 같은 담배 제품에 세금을 달리 매기는 건 형평성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또 이들 제품의 점유율이 올라가 건강증진기금이 줄어들면 정부의 건강증진사업들에 영향을 미치는데도 정부의 대응이 늦다”라고 지적했다.
정영기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현재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쥴 등 신종 담배의 판매량 추이를 지켜보면서 세금 형평성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조만간 연구 용역을 발주해 대안을 찾겠다”고 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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