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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선 100만대, 한국선 10만대?..."모호한 자동차 리콜 규정 바꿔야"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BMW 차량 화재에 대한 민관합동조사단 조사결과에 따라 BMW EGR 모듈 냉각수 누수로 오염된 흡기다기관과 EGR 모듈 재고품이 장착된 차량에 대해 추가 리콜이 이뤄졌다. [연합뉴스]

지난해 BMW 차량 화재에 대한 민관합동조사단 조사결과에 따라 BMW EGR 모듈 냉각수 누수로 오염된 흡기다기관과 EGR 모듈 재고품이 장착된 차량에 대해 추가 리콜이 이뤄졌다. [연합뉴스]

#. 지난해 11월 BMW는 미국에서 두 차례에 걸쳐 100만대 이상 차량에 리콜을 결정했다. 엔진룸에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같은 문제가 국내에서도 잇따라 연일 사고 소식이 들려오던 지난해 같은 기간 BMW는 10만대가량을 리콜하는 데 그쳤다.

국내 자동차 업체의 리콜 정책은 해외의 리콜 사례와 자주 비교된다. 대응이 늦거나, 문제가 커진 다음에야 소극적으로 리콜한다는 불만이 많다. 이른바 '배짱 리콜'이라는 지적이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모호한 리콜 규정을 손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자동차 리콜 법·제도 개선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모호한 리콜 규정 ▶자발적 리콜과 강제 리콜의 처벌규정 형평성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에는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의 결함'이 있을 경우 리콜을 하게 돼 있다. 발제자로 참석한 류병운 홍익대 법학과 교수는 "모호한 규정 때문에 제작사, 소비자, 관련 부처 간 리콜 필요성 판단에 있어 심각한 견해 차이가 생길 수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을 명확하게 표기하면 자동차 업체와 소비자, 정부 사이의 견해차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처벌규정의 형평성 문제에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행법상 자동차 업체는 자발적 리콜을 시행하지 않을 경우 처벌받는다. 그러나 정부의 강제적 리콜은 따르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다. 처벌 규정이 없어서다. 류 교수는 “미국 등 해외사례와 같이 리콜 관련 위법사항을 과징금 부과로 통일하고 형사처분은 정부의 시정 명령 위반 시에만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국내 자동차업체의 소극적 리콜 문제를 처벌규정 강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나 집단소송제 등을 도입해 자동차 업체의 선제적 리콜을 끌어내야 한다는 견해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리콜 규정이 모호하다는 의견엔 동의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국내에는 자동차 업체가 적극적 리콜을 하도록 하는 정책적 유인이 없다는 점"이라며 "자동차의 결함을 숨기거나 대응이 늦으면 사업적 타격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나 집단소송 등의 제도확립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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