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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차 이정은' 닮아가려는 '2년차 최혜진'

중앙일보

입력

8일 제주도 엘리시안 제주CC에서 열린 '제13회 S-OIL 챔피언십'에서 최혜진이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 KLPGA 박준석]

8일 제주도 엘리시안 제주CC에서 열린 '제13회 S-OIL 챔피언십'에서 최혜진이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 KLPGA 박준석]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앞두고 프로골퍼들과 전문가들은 최혜진(20)의 독주를 예상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 그 이상이다. 지난 9일 에쓰오일 챔피언십까지 시즌 절반도 안 된 시점에서 3승을 달성했다. 세계 랭킹도 21위까지 올라서, 20위권 내 진입도 노리고 있다.

6월도 안 돼 벌써 KLPGA 3승 #"정은 언니 따라 좋은 성적 내고파" #6관왕 달성했던 '2년차 이정은' #최, 쇼트게임-기복 줄이면 비견될 만

에쓰오일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최혜진은 한 선수를 언급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현재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내고 있는 이정은(23)이다. "정은언니가 한국과 미국에서 정말 열심히 한다. 열정적인 모습을 보면 나도 따라해보려고 한다"고 한 최혜진은 "언니가 2년차에 좋은 성적으로 잘 보냈다. 나도 언니 따라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미 목표였던 시즌 3승을 달성한 최혜진의 올 시즌 새로운 목표가 '2년차 이정은'을 따라잡는 것이 된 셈이다.

 이정은이 지난 2017년 9월 24일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KLPGA]

이정은이 지난 2017년 9월 24일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KLPGA]

최혜진이 언급한 '2년차 이정은'은 대단했다. 통상 프로스포츠에서 2년차 하면 징크스를 떠올린다. 그런데 2016년 프로에 데뷔해 신인상을 받고 이듬해를 맞은 이정은은 2년차에 한국 여자 골프의 '대세 선수'로 떴다. 시즌 4승에 대상, 상금, 평균타수 1위와 인기상, 베스트플레이어 트로피까지 6관왕을 달성했다. 톱10으로 끝낸 비율이 27개 대회 중 20개 대회나 돼 74.1%에 달했을 만큼 한 시즌 내내 꾸준했다. 1위에 올랐던 평균 타수 69.8타라는 기록에서 보듯 그린 적중률(78.43%·3위), 평균 퍼트수(29.81개·5위) 등에서 준수한 성적을 냈다. 내용이 좋았으니 기록도 당연히 따라왔다. 당시 상승세를 바탕으로 이정은은 2년 뒤, LPGA 무대에 진출했다.

9일 제주도 엘리시안 제주CC에서 열린 '제13회 S-OIL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최혜진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KLPGA 박준석]

9일 제주도 엘리시안 제주CC에서 열린 '제13회 S-OIL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최혜진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KLPGA 박준석]

2년차를 맞이한 최혜진 역시 '2년차 이정은' 못지 않은 성적을 내고 있다. 올 시즌 KLPGA 투어 대회는 29개가 열린다. 3분의 1 가량 소화한 시점에서 최혜진은 이미 3승을 달성했다. 상금(5억2709만2080원)은 이미 5억원을 돌파했고, 평균타수에서도 70.31타로 1위에 올라있다. 단 아쉬운 기록들도 보인다. 그린 적중률은 82.95%로 1위에 올라있지만 퍼트수에서 31.03개로 71위에 처져있다. 지난해에도 44위(30.50개)였던 퍼트가 올해는 들쭉날쭉하다. 그러면서 톱10으로 끝낸 비율도 40%(10개 대회 중 4개)다. 지난달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최혜진은 3개 대회 연속 톱10에 들지 못했다. 스트로크 플레이 방식으로 열린 E1 채리티 오픈(평균 타수 71.33타, 평균 퍼트수 33개),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평균 타수 71타, 평균 퍼트수 31.66개)에선 모두 70대 타수, 30개 이상의 퍼트수를 기록했다.

최혜진이 지난달 25일 경기도 이천시 사우스스프링스CC에서 열린 '제7회 E1 채리티 오픈' 2라운드 5번홀에서 퍼팅라인을 살피고 있다. [사진 KLPGA]

최혜진이 지난달 25일 경기도 이천시 사우스스프링스CC에서 열린 '제7회 E1 채리티 오픈' 2라운드 5번홀에서 퍼팅라인을 살피고 있다. [사진 KLPGA]

때문에 최혜진은 쇼트게임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그나마 에쓰오일 챔피언십 우승으로 자신감을 찾았다. 에쓰오일 챔피언십으로 우승하면서 최혜진은 평균 66타, 퍼트수 28.5개로 올 시즌 치른 10개 대회 중에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물론 대회 첫날 악천후로 36홀 경기로 치러서 낸 결과지만 본인 스스로 "감을 찾았다"고 할 만큼 만족감은 컸다. '2년차 이정은'과 차이를 좁히는 '2년차 최혜진'의 과제는 바로 쇼트게임 향상과 그에 따른 기복을 줄이는 것이다.

최혜진은 13일부터 개막할 한국여자오픈도 정조준한다.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이 대회에 대해 최혜진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줄곧 출전해 익숙했다. 꼭 우승하고 싶은 대회"라고 한 바 있다. 실제로 최혜진은 만 16세였던 2015년 12위에 올라섰고, 2017년에 4위까지 오른 바 있다. 프로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에도 8위에 올랐다. 한국여자오픈은 이정은이 우승한 적이 없는 무대다. 만약 최혜진이 우승한다면 '2년차 이정은'과 비견될 만 하단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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