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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그룹 통합감독, 삼성은 일단 피해가고 미래에셋은 부담

중앙일보

입력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전문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한화·미래에셋·교보·현대차·DB·롯데 등 통합감독 대상 7개 금융그룹의 대표회사 대표이사와 교수, 변호사 등 민간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전문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한화·미래에셋·교보·현대차·DB·롯데 등 통합감독 대상 7개 금융그룹의 대표회사 대표이사와 교수, 변호사 등 민간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삼성·미래에셋 등 금융그룹 7곳을 대상으로 자본적정성을 관리하는 ‘금융그룹 감독제도’ 모범규준을 개정·연장한다. 삼성그룹은 당장은 별 영향이 없지만 미래에셋그룹은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11일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6월부터 ‘금융그룹 감독제도’를 시범운영한 결과를 발표했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이고 2개 이상 업권에 걸쳐있는 금융그룹 7곳(삼성, 한화, 교보, 미래에셋, 현대차, DB, 롯데)이 감독 대상이다.

미래에셋 '다단계 출자'로 자본비율↓

금융위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7개 금융그룹의 평균 자본비율은 181%로 나타났다. 단순히 계열사 자본을 모두 합쳐 계산한 기본 자본비율은 평균 269%이지만 위험항목을 반영해 계산하자 이 비율이 뚝 떨어졌다. 계열사 간 출자로 중복된 자본을 제외하고, 계열사 부실이 그룹 전체로 번질 위험도(전이위험)를 3등급(보통수준)으로 가정한 결과다.

모범규준에서 정한 최소 자본비율은 100%이다. 7개 금융그룹은 모두 이 조건을 충족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 220.5%, 교보 210.4%, 롯데 168.2%, DB 167.2%, 한화 156.9%, 현대차 141.5%, 미래에셋 125.3% 순이다. 당장 추가 자본을 쌓거나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곳은 없다는 뜻이다.

7곳 중 자본비율이 가장 낮은 그룹은 미래에셋이다. 고상범 금융위 지배구조팀장은 “미래에셋은 지주사 형태가 아니라 계열사들이 ‘다단계’로 자본출자를 한 구조”라며 “이 과정에서 생긴 중복자본을 차감한 결과 자본비율이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자본비율이 100%는 넘기 때문에 당장 문제는 없다. 다만 앞으로 신사업에 진출한다거나 할 때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삼성 겨냥한 '칼'은 일단 꺼내지 않아 

삼성그룹은 자본비율이 기준을 크게 웃돌았다. 7개 그룹 중 삼성에만 크게 영향을 미치는 항목인 ‘집중위험’을 모범규준에선 자본비율 산정에 반영하지 않기로 해서다. 이동엽 금융위 감독제도팀장은 “지난해 박선숙, 이학영 의원이 각각 발의한 ‘금융그룹감독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집중위험 적용은 국회 논의를 더 지켜본 뒤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중위험 항목이 삼성에만 영향을 미치는 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때문이다. 약 28조원 어치로, 이를 집중위험으로 반영해 계산에 넣으면 삼성의 자본비율이 135%까지 떨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자본적정성을 높이기 위해 삼성생명·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셈이다. 애초에 금융그룹 감독제도가 사실상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을 겨냥했다는 관측이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규제하기 위한 금융그룹감독법안은 국회 공전으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여야 간 이견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는 법이 제정·시행될 때까지는 지금의 모범규준을 일부 개정해 연장 적용키로 했다. 적용대상은 기존의 7개 금융그룹이다. 롯데그룹이 카드·손해보험을 매각하긴 했지만, 아직 계열 분리 신청을 하지 않은 상태여서 일단 대상에 포함했다.

올 금융그룹별 위험관리실태에 대한 평가도 시행한다. 올 하반기부터 매년 2~3개 금융그룹을 대상으로 평가해 종합등급을 산출하기로 했다. 이동엽 팀장은 “금융감독원과 상의해 평가대상 그룹을 정할 것”이라며 “4등급 이하인 그룹엔 경영개선 계획 제출을 권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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