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다뉴브 사고 초기부터 헝가리 내부회의 참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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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헝가리 다뉴브강에 침몰한 허블레아니호의 인양을 앞둔 가운데 사건 발생 초기 양국 정보기관이 초기대응에 나섰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9일 “헝가리 당국은 정보기관인 대테러청(TEK) 청장을 사고대책본부장으로 임명해 구조 등의 대책업무를 맡겼다”며 “사고 발생 직후 초기 대응과 협력이 중요한데 한국의 긴급대응팀이 현지에 도착하기 전 TEK와 정보협력을 유지해 오던 국가정보원 요원들을 우선 투입했다”고 말했다.

당국자 “양국 정보기관 협력”

이 당국자는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현지 대사관 인력(5명 안팎)으로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고, 인근 국가에서 근무하던 요원 5명과 본부에서 국장급 인사 1명을 급파했다”며 “옛 사회주의권 국가인 헝가리에서 정보기관의 위상과 역할이 아직 막강하기 때문에 외교라인과 별도로 정보라인 간 협력에 주력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긴급 대책회의를 주관하고 “외교부·행안부·국방부·소방청 등 관계 부처는 이번 사고의 수습과 함께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 지원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국정원도 필요한 도움을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대통령이 정보기관을 언급한 건 이례적으로, 그동안 국정원의 역할에 대한 궁금증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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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 급파된 요원 중 국장급 인사는 지난달 31일 처음 열린 헝가리 정부의 내부 회의에서부터 참석해 헝가리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고, 현지에 도착한 정부의 긴급대책반 간부에게 자리를 넘겼다고 한다.

한국 당국자가 외교 및 정보라인을 통한 협력뿐만 아니라 아예 헝가리 정부의 내부회의 멤버로 활동했다는 것이다.

헝가리어 구사가 가능한 현지 요원과 합류한 6명 등 7명의 요원은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이 사건 현장을 돌아볼 수 있도록 헬기를 요청해 배정받았다. 또 한국에서 급파된 수색장비의 통관절차가 신속하게 처리되도록 하고, 한국 지원 인력들의 효율적인 수색 구조활동이 이뤄지도록 정보기관을 통한 정지작업을 진행했다는 후문이다.

다른 당국자는 “헝가리 정부가 자국의 내부회의에 외국 정부 인사를 참여시키고, 외국 군대(SSU)가 자국에서 활동하는 건 자칫 주권침해로 여길 수 있는 부분”이라며 “그런데도 헝가리가 이를 허용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귀띔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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