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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인 농부는 '청년농부'를 쓸 수 없나…'청년농부' 상표권 논란

중앙일보

입력

‘청년 농부’ 라는 문구를 둘러싸고 상표권 논란이 일고 있다. 강원도 원주에 있는 ‘청년농부 협동조합’이 제품명이나 소개 글에 ‘청년 농부’를 넣은 다른 단체·개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농부협동조합 '청년농부' 상표권 등록 #다른 청년 농부들 "보통명사다. 인정할 수 없다" #특허청, "상표 등록 절차엔 문제없어"

청년 농부 협동조합이 인스타그램 등에 게시한 조합원 모집 공고. 이 공고 하단에 '청년농부 사용을 자제바랍니다'라는 문구가 보인다. [청년농부 협동조합 홈페이지 캡쳐]

청년 농부 협동조합이 인스타그램 등에 게시한 조합원 모집 공고. 이 공고 하단에 '청년농부 사용을 자제바랍니다'라는 문구가 보인다. [청년농부 협동조합 홈페이지 캡쳐]

 7일 특허청에 따르면 이 조합은 2017년 10월 ‘청년 농부’에 대한 상표권을 획득했다. 청년농부 협동조합 측은 "정당한 상표권 행사"라고 주장한다. 반면 젊은 농사꾼들은 "보통명사처럼 쓰이는 청년 농부를 상표로 등록한 게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반박한다.

청년농부 협동조합은 지난해 8월 설립됐다.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이들이 도내 청년 귀농 교육 등을 통해 모여 결성했다. 이들은 농산물을 판매하는 조합 홈페이지에 "‘청년 농부’는 특허청으로부터 상표 등록을 인정받은 청년농부 협동조합의 고유한 상표로, 무분별한 상표권 침해는 손해배상 소송이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 소지가 있다"며 "‘청년 농부' 상표 사용을 자제 바란다"는 의견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청년농부 협동조합은 ‘청년 농부’라는 단어를 쓰려면 조합 가입비를 내고 정당한 조합원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합 가입비와 연회비는 각각 10만원이다. 농수산물을 팔 때 ‘청년 농부’라는 단어를 한 번이라도 사용하려면 연간 10만원의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상당수 청년 농부들은 동의할 수 없다고 한다. 이 단체가 청년 농부라는 단어를 독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강원도 화천에 귀농한 한 30대 농민은 “상표가 아닌 SNS 등을 통해 농산물을 단순히 홍보할 때 ‘청년 농부’라는 말을 사용할 수는 있다고 본다”며 “상표권 때문에 청년농부 협동조합과 다른 청년농부 사이에 다소 오해가 발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예를 들어 ‘청년 농부가 생산한 옥수수’라는 쓰면 청년농부 협동조합 브랜드로서의 ‘청년 농부’인지, 젊은 농업인이 생산한 제품이라는 의미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청년 농부’인지에 대한 해석이 엇갈릴 수 있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장재영 신세계 대표이사 사장 등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에서 청년 농부들이 직접 재배한 특산물을 판매하는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장재영 신세계 대표이사 사장 등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에서 청년 농부들이 직접 재배한 특산물을 판매하는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지난 5월 17일 “일방적인 권리 주장으로 정부의 청년농업인 육성과 정착을 저해하는 자들이 있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이 글에서 “하나의 협동조합에만 특허 상표권을 내주어 전국의 모든 청년 농부들의 권리를 침해하도록 방관한 특허청에 중재를 요구합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청원인은 “일상적이고 기본적인 단어를 결합한 서비스표를 개인에게 독점시킬 경우 공공의 이익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실제 영농에 피해를 보고 있다”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특허청 관계자는 “‘청년 농부’상표등록 절차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다만 다른 농민들이 이 상표권에 이의가 있으면 상표 무효 심판을 청구할 수 있지만, 이 상표가 무효가 될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이 특허청 관계자는 “다른 청년 농부가 상표가 아닌 생산자 안내 설명이나 제품 안내에 ‘청년 농부’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문제 될 게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청년농부협동조합측은 “구체적으로 언급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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