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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선 총리 여행 경비 모두 공개…투명해야 부패 줄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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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9호 08면

문 대통령 북유럽 3국 순방 … 주한 대사 좌담

에로 수오미넨 주한 핀란드 대사, 프로데 수울베르그 주한 노르웨이 대사, 야콥 할그렌 주한 스웨덴 대사(왼쪽부터) 등 스칸디나비아 3개국 대사들이 지난달 31일 주한 스웨덴 대사관에서 문재인 대통령 순방을 앞두고 중앙SUNDAY와 공동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에로 수오미넨 주한 핀란드 대사, 프로데 수울베르그 주한 노르웨이 대사, 야콥 할그렌 주한 스웨덴 대사(왼쪽부터) 등 스칸디나비아 3개국 대사들이 지난달 31일 주한 스웨덴 대사관에서 문재인 대통령 순방을 앞두고 중앙SUNDAY와 공동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북유럽 3개국이 복지 선진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 덕분이다. 정부가 세금을 함부로 낭비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조세 부담이 커도 이를 감내한 것이다.”

할그렌 스웨덴 대사 #한반도 평화 정착에 의무감 가져 #북·미 협상 중매쟁이 노력 지속 #수울베르그 노르웨이 대사 #전기차·조선 분야 긴밀한 협력 #청정 에너지, 북극 개발도 기대 #수오미넨 핀란드 대사 #한국 우수한 IT 인력 적극 유치 #경력 끊긴 여성들 취업도 환영

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3국의 한국 주재 대사들은 복지 강국 비결에 대해 ‘납세자의 신뢰’를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3개국 순방(9~16일)을 앞두고 지난달 31일 중앙SUNDAY와 공동 인터뷰를 하는 자리에서다. 야콥 할그렌 주한 스웨덴 대사, 프로데 수울베르그 주한 노르웨이 대사, 에로 수오미넨 주한 핀란드 대사는 한국과의 협력 증진에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스웨덴과 핀란드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가로 한국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고 노르웨이는 조선과 에너지 분야 협력을 강조했다.

복지 정책, 당론과 다르게 투표도

복지 분야부터 묻겠다. 한국은 보편적 복지 논란이 여전한데 3국은 어떠했나.
▶할그렌 스웨덴 대사=“국민이 가장 효율적인 서비스를 공평하게 받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복지국가 건설이 가능했다. 정부에 대한 신뢰는 복지 정책 구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수울베르그 노르웨이 대사=“복지 문제도 문화적 배경을 감안해 접근해야 한다. 한국에서 논란이 발생하는 것은 국민이 정부를 전폭적으로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금을 왜 복지에 써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다. 하지만 미래에 어떤 불행한 일이 생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복지는 보험과 같은 존재다.”

▶수오미넨 핀란드 대사=“3국이 복지 분야에서 앞선 것은 평등이란 가치를 일관되게 추구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의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모두에게 동등하게 제공하는 것을 매우 중시한다. 설사 실패했을 경우에도 복지 시스템에 근거해 정부가 일정 부분을 책임져 준다.”

한국에선 복지가 정치 성향에 따라 ‘좌우 문제’로 번지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노르웨이 대사=“나는 그것도 문화의 일부라고 본다. 노르웨이에서도 복지 정책의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하지만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역할에 대해선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 때문에 노르웨이 정치인들은 의회에서 복지 정책과 관련해 소속 당의 당론과 다르게 투표하기도 한다. 노르웨이에서 복지 시스템 자체는 큰 정쟁 거리가 될 수 없다.”

▶스웨덴 대사=“복지와 관련해선 전통적으로 중도좌파 정부가 적극적이었다. 그렇다고 중도우파 정부가 기여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중도우파나 보수적인 정부는 ‘효율(efficiency)’을 강조했는데, 이는 복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대하는 긍정적인 작용을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효율적이면서도 국민 모두에게 평등한 복지라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됐다.”

3국은 사회적 투명성이 매우 높은 나라로 평가받고 있는데.
▶핀란드 대사=“핀란드에선 소득과 세금 정보 등이 모두 공개돼 있다. 정직이란 가치와도 연결되는 측면이 있다.”

▶스웨덴 대사=“투명성은 부패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누구나 총리에게 ‘어디를 여행했고 얼마나 썼는지 모두 공개하라’고 당당히 요구할 수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투명성의 근간이 되고 있다. 권력은 부패를 조장하는 경향이 있는데, 투명성이 권력 남용을 크게 줄이고 있다. 언론도 감시 기능을 통해 부패와 관련된 증거를 국민에게 알리며 긍정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북핵 문제가 국제적 관심사다. 특히 스웨덴은 북·미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 왔는데.
▶스웨덴 대사=“역사적 인연으로 인해 한반도 문제에 깊이 개입하게 된 듯싶다. 한국전쟁 때 의료 지원을 시작으로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에서도 활동했다. 서방 국가 중 북한에 첫 대사관을 차리기도 했다. 이런 배경으로 스웨덴은 북·미 핵 협상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결혼할 남녀를 연결해 주는 일종의 중매쟁이 역할을 한 것이다. 우리는 한반도에 평화가 확실히 정착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을 갖고 있다. 정부 조직 내에도 이를 다루는 별도의 직책을 두고 있을 정도다.”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나.
▶스웨덴 대사=“지난 1월 스톡홀름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만났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함께했다. 이런 만남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된다. 하지만 최근엔 실무 접촉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단 만나는 게 중요하다. 현 상황은 일정 부분 과거로 회귀한 듯한 분위기여서 아쉽다.”

▶핀란드 대사=“2017년 북·미가 첨예하게 격돌하는 장면을 한국에서 지켜봤다. 그때에 비하면 현 상황은 엄청난 진전이다. 핀란드는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북핵 문제 해결에 보탬이 되고 싶다. 단지 상황을 평가하는 입장이 아니라 합리적 결실을 맺도록 적극 돕고 싶다.”

국민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 제공해야

한국과 경제 협력에서 기대하는 시너지는.
▶노르웨이 대사=“이미 전기자동차 분야 등에서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노르웨이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인기 모델을 구입하기 위해 1년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조선 분야에서도 한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풍력 발전 등 청정 에너지 개발에서도 양국이 협력한다면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은 북극 지역 개발에서도 이미 노르웨이와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스웨덴 대사=“한국과는 산업 구조에서 유사한 점이 많다. 중공업을 비롯해 통신·게임·소프트웨어·음악 산업 분야에서 강하다. 양국이 서로의 강점을 살려 협력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핀란드 대사=“한국의 우수한 IT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탤런트 부스트(Talent Boost)’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핀란드에서 취업하면 현지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도 실현할 수 있다. 경력이 끊긴 한국 여성들도 다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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