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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담배통제법 나서는데...최고존엄은 예외

중앙일보

입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제2기 제7차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에서 당선된 군부대들의 군인가족예술조조경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제2기 제7차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에서 당선된 군부대들의 군인가족예술조조경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외국산 담배 수입 제한에 이어 신규 담배 생산도 금지하는 등 대대적인 금연 정책을 벌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3일 “조선에서 금연활동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며 “2005년 채택된 담배통제법은 올해까지 4차례 수정보충되었는데, 최근에는 새로운 이름을 단 담배 생산을 합의하거나 승인하지 말데 대한 내용 등이 규제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최근에는 외국산 담배의 수입이 제한됐다”고 덧붙였다.
매체는 또 “조선에서는 흡연자들에게 담배의 해독성에 대한 위생선전사업을 강화하는 것과 함께 국가담배통제법에 준해 금연활동이 진행되고 있다”며 “보건성과 연관단위 성, 중앙기관 일군들이 참가한 다분야 토론회에서 금연마크와 금연장소 설치문제, 금연편집물 방영 등 대책안들이 토의됐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달 미사일 발사 참관 때도 책상 위엔 담배

노동신문도 4일 “세계금연의 날(5월31일)에 즈음한 토론회가 3일 인민대학습당에서 진행됐다”며 “이날 중앙과 각 도 위생선전관, 치료예방기관들에서 금연선전활동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서울=뉴시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강도 군수공장인 강계트랙터종합공장을 시찰했다고 1일 보도했다. 2019.06.01. (사진=조선중앙TV 캡쳐)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강도 군수공장인 강계트랙터종합공장을 시찰했다고 1일 보도했다. 2019.06.01. (사진=조선중앙TV 캡쳐) photo@newsis.com

북한에서 금연활동 장려나 외국산 담배 수입 제한 등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당국은 텔레비전 광고, 강연 등을 통해 금연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김 위원장은 공개석상에서 보란 듯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북한의 담배통제법이 ‘최고 존엄’ 김 위원장에게는 예외인 셈이다. 특히 최근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장면마다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북한 당국이 금연정책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게 무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배움의 천리길 학생소년 궁전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서울=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배움의 천리길 학생소년 궁전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1일 김 위원장의 자강도 강계시 ‘배움의 천리길 학생소년궁전’ 시찰이 대표적이다. 중선중앙TV가 이날 방영한 보도에서 김 위원장은 태권도 시범을 보이는 아이들 앞에서 버젓이 담배를 들고 지시하는 모습이 담겼다. 김 위원장은 이날 자강도 군수공장인 강계트랙터종합공장에서도 담배를 한 손에 든 채 시찰했다.
2일 군인가족예술소조공연을 관람하면서는 부인 이설주 옆에서 담배를 들고 박수를 치는 모습이 공개됐다. 지난달 4일 단거리 미사일 발사 현장에서도 김 위원장은 담배를 태웠다. 김 위원장이 쌍안경을 들고 앉아 있는 책상 위에 옅은 녹색의 담뱃갑이 놓인 게 눈에 띄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4일 조선동해해상에서 진행된 전연 및 동부전선방어부대를 방문해 화격타격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오른 손에 담배를 든 채 쌍안경을 들고 있다. 책상 위에는 담뱃갑이 놓여 있다. [사진 노동신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4일 조선동해해상에서 진행된 전연 및 동부전선방어부대를 방문해 화격타격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오른 손에 담배를 든 채 쌍안경을 들고 있다. 책상 위에는 담뱃갑이 놓여 있다. [사진 노동신문]

‘애연가’ 김 위원장은 북한산 담배 ‘7 ·27’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7 ·27은 6 ·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27일을 상징하는 것으로 북한에서는 이날을 전승절로 부른다. 이밖에 ‘쓰리세븐(777)’‘평양’을 피운다는 얘기도 있다.

김 위원장이 국산 담배를 선호하는 건 본인이 직접 2014년 말 당 간부 사이에서 외국담배가 만연하다며 ‘수입 금지령’을 내렸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김 위원장은 2015년 신년사에선 “‘수입병’을 없애고 국산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4년이 지난 이날까지 북한 매체가 외국산 담배 수입 제한을 언급한 걸 보면 외국산 담배 흡연행태가 여전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또 김 위원장도 실제로는 외국산 담배를 피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낸 남성욱 고려대 교수에 따르면 2014년 10월 노동신문에는 신천박물관을 찾은 김정은이 필터부분이 녹색인 담배를 피우는 사진이 공개됐다. 이를 두고 미국산 ‘말보로 캐너비스’ 담배라는 분석이 당시 나왔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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