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살해 손녀 충격 고백 "혼자 죽으려니 억울해 죽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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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전 10시20분쯤 경기도 군포시의 한 가정집. 전날 오후 외출했다 귀가한 부부는 유난히 조용한 집 안 분위기에 의아함을 느꼈다. 딸 A씨(19)는 물론 부부가 외출하기 전 방문한 A씨의 외할머니(78)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들 아직도 자는 건가?" 하며 딸의 방문을 살짝 열어본 부부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딸의 침대에 흉기에 찔려 사망한 장모의 시신이 있었다. 부부는 곧장 경찰에 신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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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한 경찰은 용의자로 딸을 특정했다.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근 폐쇄회로TV(CCTV)에는 A씨가 이날 오전 4시30분에 홀로 집을 나서는 모습이 찍혔다. A씨의 소재 파악에 나선 경찰은 신고 접수 4시간 만에 군포시의 한 길거리에서 그를 발견하고 존속살해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부모가 집을 비운 2일 저녁부터 3일 새벽 사이에 A씨가 자신의 집을 방문한 외할머니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범행 전 흉기를 미리 구매한 사실도 확인됐다. 그는 범행 후 자신의 휴대전화를 물에 버린 뒤 외할머니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집을 나서기도 했다. 경찰이 이를 추궁하자 "추적을 당할까 봐 외할머니 휴대전화를 가지고 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가 계획적으로 범행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범행 동기 물으니 "함께 죽으려고…"

체포된 A씨는 왜 외할머니를 죽였는지 쉽게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거듭된 추궁에 A씨의 입에서 나온 말은 경찰관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자살하려고 했는데 혼자 죽으려고 하니 억울했다. 그래서 당시 함께 있던 외할머니와 함께 죽으려고 했다."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한 이유에 대해서도 "식도염으로 평소 몸이 아팠다. 그래서 죽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A씨는 범행 후 숨진 외할머니 옆에서 잠을 자다가 밖으로 나왔다고 한다.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시도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방 거울에 자신의 경찰 진술과 비슷한 내용의 글을 립스틱으로 써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 군포경찰서. [중앙포토]

경기 군포경찰서. [중앙포토]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올해 대학에 입학했지만 부적응 등을 이유로 2개월 만에 휴학했다. 가족들은 "정신과 치료 등을 받은 전력은 없다. 왜 이런 범행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한다.
경찰은 A씨 외할머니의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또 A씨가 정신 병력 등이 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존속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며 "이해할 수 없는 범행 동기를 주장하고 있어 좀 더 조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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