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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은내친구] 안됐다 져서, 좋겠다 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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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독일의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上)와 공을 다투다 아래 쪽에 깔린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공을 들고 일어서고 있다.[슈투트가르트 AFP=연합뉴스]

슈바인슈타이거

9일(한국시간) 열린 독일-포르투갈의 독일 월드컵 3, 4위전은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22.독일)를 위한 날이었다. 통렬한 두 방의 중거리포와 상대 자책골을 만들어낸 크로스로 3골을 모두 엮어내며 경기 최우수선수(Man of the match)에 선정됐다.

슈바인슈타이거는 독일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예였다. 2004년 국가대표로 발탁되자마자 그해 유럽선수권에 출전해 팀은 부진했지만 군계일학의 활약을 펼쳤고,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도 2골.2도움을 기록하며 '전차 군단'의 주전 자리를 굳혔다.

월드컵 본선에서도 그는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전 경기에 출전해 중원을 헤집고 다니며 날카로운 패스와 강력한 슈팅으로 상대를 긴장시켰다. 타고난 승부근성까지 더해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미하엘 발라크의 중원 공백을 훌륭히 메웠다. 하지만 득점이 없어 그의 활약은 미로슬라프 클로제와 루카스 포돌스키(21)에 묻힐 때가 많았다. 2득점으로 골 갈증을 푼 3, 4위전은 그에게 '화룡점정'의 무대였다. 2골.2도움이라는 스타급 성적표로 독일월드컵을 마쳤다.

그러나 또 한 명의 '영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1.포르투갈)에게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였다. 스트라이커 파울레타의 슈팅으로 이어진 패스, 자신이 직접 날린 세 차례의 슈팅이 모두 독일 골키퍼 올리버 칸에게 잡혀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고 팀은 패배했다. 6경기를 통해 페널티킥으로 1득점. 대회 전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혔던 그였기에 만족할 수 없는 성적표다. 플레이는 화려하지만 실속이 없다는 비판도 들어야 했다.

여기에다 호날두는 정든 팀을 떠나야 할지도 모를 위기에 처했다.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인 호날두는 경기 후 포르투갈 SIC 방송과 인터뷰에서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을 고민 중"이라며 "2~3일 뒤 잉글랜드로 떠날지 말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호날두는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맨U 동료인 웨인 루니의 반칙 사실을 심판에게 '고자질'한 죄로 경기장 안팎에서 잉글랜드 팬들의 야유와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다. 당시 루니는 포르투갈 히카르두 카르발류의 사타구니를 발로 밟아 퇴장당했다. 호날두는 "나는 아무도 해치지 않았는데 팬들이 나에게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나를 원하지 않는 잉글랜드에서 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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