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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고형연료 품질등급제로 ‘쓰레기 산’ 해결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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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장준영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장준영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이른바 ‘쓰레기 산’이라 불리는 불법 방치 폐기물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에 쌓인 방치 폐기물은 약 120만t으로 운반·소각에 환경부 추산 약 500억 원 가까이 소요된다. 환경부에서는 국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행정 대집행, 추경예산 투입, 공공처리시설 연계처리를 통해 올해 안에 전량 처리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지난 4월 말 국회에서는 폐자원 에너지에 대한 중요한 논의의 장이 열렸다. 고형연료제품(SRF) 품질등급제 도입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로 SRF의 품질 향상과 올바른 관리 방향을 논하기 위해 마련됐다. SRF는 가연성 폐기물과 폐플라스틱·폐목재·폐타이어 등을 선별한 뒤, 파쇄·건조·성형 과정을 거쳐 고체 상태의 연료로 제조한 것이다. SRF는 폐기물로부터 약 56%의 에너지 회수가 가능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의 합리적 대안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2018년 기준 380만t의 폐기물이 307만t의 SRF로 전환돼 160만t의 석유 수입을 대체하는 효과가 발생했다.

하지만 폐자원에너지로 전환되는 SRF는 품질기준에 의해 엄격히 관리되지만, 불안감도 존재한다. 열병합 발전소, 산업용 보일러 등 SRF 사용 시설의 미흡한 관리와 SRF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등 환경 위해 요소가 이런 우려를 낳는다. 폐자원 정책을 관장하는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SRF의 품질 향상을 위해 품질등급제 도입을 준비 중이다. 현행법은 제품의 최저 품질 기준만을 설정하고 있어 사용 시설에서 고품질의 SRF만 골라 사용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SRF 품질등급제’는 제품 등급화를 통해 고품질 제품의 제조·사용을 유도하고, 환경 위해성을 사전 관리하는 것이 목적이다. 등급체계를 3등급으로 구분하고, 발열량 등 경제적 지표 외에 염소·수은·황 함유량 등 기술적·환경적 지표를 고려해 등급 기준을 설정할 계획이다. 고품질 제품 사용 시설에는 일부 검사를 면제하거나 검사주기를 완화하는 등 인센티브도 마련할 예정이다. 제조자 입장에서도 고품질 제품 수요가 증가하고, 가격이 안정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아울러 SRF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높아지고, 신재생에너지를 활성화하는 정책적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다. 폐기물의 올바른 처리 방향에 대한 현명한 결정이 필요하다. SRF 제조·사용·정책 부분에서 지속적인 이해관계자 소통을 통해 좋은 정책적 결정이 맺어지길 기대한다.

장준영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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