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화웨이 치자…시진핑은 페덱스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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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폭탄’은 결국 터지고 말았다. 지난 1일 발효된 미국과 중국의 관세부과 조치다. 이로써 미ㆍ중 무역전쟁은 전면전으로 확대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중국은 지난 1일부터 미국산 수입품 5140개 품목에 대해 최고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금액으로는 약 600억 달러어치다.

품목별로는 면화ㆍ육류ㆍ주류와 함께 액화천연가스(LNG)ㆍ목재 등도 포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팜벨트(농업지대)’를 집중 공략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관세인상과 별도로 중국은 미국산 대두(콩)의 추가 수입도 중단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미국도 1일부터 중국산 수입품 5745개 품목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올렸다. 기계류ㆍ전기전자 등 첨단기술 제품과 함께 가전ㆍ의류ㆍ가구 등 최종 소비재까지 광범위하게 포함됐다. 금액으로는 약 2000억 달러어치다.

당초 미국은 지난달 10일 관세인상을 발표했지만 그동안 유예기간을 뒀다. 지난 10일 이후 중국에서 출발한 화물이 미국에 도착하는 시점부터 관세인상을 적용하기로 해서다. 통상 선박을 이용해 중국에서 미국으로 화물을 운송하려면 2~3주가 걸린다.

하지만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설정한 유예기간은 지난 1일로 종료됐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관세라는 말은 진정으로 아름다운 단어”라며 “우리는 더 이상 과거의 바보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과 무역전쟁에서 양보할 뜻이 없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날 예정이지만 양국의 무역협상에서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중국이 지구전(장기전)에 들어갈 각오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미국 기업을 향해서도 공격의 화살을 날렸다. 미국 정부의 ‘화웨이(華爲) 보이콧’으로 미국 기업들이 잇따라 거래를 중단하기로 한 것에 대한 보복 조치로 풀이된다.

첫 번째로 걸려든 곳은 국제 운송업체인 페덱스다. 이 회사는 지난달 화웨이가 일본에서 중국으로 부친 택배 2건과 베트남에서 홍콩과 싱가포르로 보낸 택배 등 모두 4건을 원래 목적지가 아닌 미국으로 잘못 보냈다.

올 여름부터 시범서비스 예정인 페덱스의 무인 배송로봇. [사진=유튜브]

올 여름부터 시범서비스 예정인 페덱스의 무인 배송로봇. [사진=유튜브]

회사 측은 “실수였다”고 사과했지만 중국은 정식 조사를 결정했다.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이해할 수 없는 페덱스의 잘못에 미국 정부의 조종이 배후에 있었는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중국 상무부가 지난달 31일 오후 전격 발표한 ‘외국기업 블랙리스트 작성’의 파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즈루쑨(支陸遜) 상무부 안전관리국장은 ‘신뢰할 수 없는 실체의 리스트’로 네 가지 경우를 꼽았다.

중국 상무부. [연합뉴스]

중국 상무부. [연합뉴스]

^중국 기업에 대해 공급을 중단하거나 봉쇄하며 배타적인 조치를 취하는 행위 ^비상업적 목적으로 시장규칙과 계약정신을 위배하는 행위 ^중국 기업과 관련 산업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 ^국가안전에 위협 또는 잠재적 위협을 가하는 행위 등이다. 이런 행위를 하는 외국기업 등에 대해 중국은 대외무역법과 반독점법ㆍ국가안전법 등을 동원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즈 국장은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이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려는 외국기업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전했다. 앞으로 한국 기업들도 화웨이와 거래를 유지하면 미국의 제재를 받고 화웨이와 거래를 끊으면 중국의 보복을 피하기 어려운 ‘진퇴양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서울=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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