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협을 북핵, IS 테러와 같은 수준으로 본 美 국방수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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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 수장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행보를 북한의 위협 수준에 비교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화가 불러올 미래가 북핵의 위협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중국에 맞서지 않는) 인도·태평양 지역 미래 추론 필요" #"북핵과 IS 테러 위협 계속…국제질서 훼손하는 행위자들"

1일 샹그릴라 대화에서 연설하는 섀너핸 미 국방부 장관 대행. [EPA=연합]

1일 샹그릴라 대화에서 연설하는 섀너핸 미 국방부 장관 대행. [EPA=연합]

패트릭 섀너핸미 국방부 장관 대행은 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8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인도-태평양 안보에 대한 미국의 비전’이라는 제목으로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인도·태평양 지역 질서에 대한 도전에 맞서지 않는다면 그 미래를 추론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은 여전히 비상한 위협으로 남아있고, 이슬람국가(IS) 등 무장단체와 테러단체의 국가적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는 “가장 큰 장기적 위협은 규칙에 근거한 국제 질서를 유지하기보다는 훼손하려는 행위자들로부터 올 것”이라며 “지역의 일부가 우리 모두에게 이익을 준 원칙과 규범에 반하는 행동을 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을 지칭하진 않았지만 해당 지역을 “산호초가 파괴되고 항행 자유가 제한되는 곳”이라고 해 사실상 남중국해에 무기를 배치하는 중국의 움직임을 겨냥했다. 중국의 군사화 위협을 북핵은 물론 IS와 같은 테러단체의 위협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한 셈이다.

중국을 향한 섀너핸 대행의 ‘지적’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청사진을 언급하는 데서 더욱 확실히 드러났다. 그는 “중국은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협력적인 파트너로서 우리와 함께 해왔다”며 “나는 중국이 여전히 미국과 협력 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를 통해 중국만큼 세계 질서에서 이익을 더 많이 본 나라는 없다”며 “다른 나라의 주권을 침식하고 불신을 심어주는 행동은 끝내야 한다”고 경고했다.

섀너핸 대행의 이날 연설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양국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은 남중국해를 영유화하려는 반면 미국은 이곳에서의 자유항행을 주장하며 중국 견제에 나섰다.

군 수뇌부가 내뱉는 발언 수위는 위험 수위를 이미 넘었다.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은 지난달 29일 2016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남중국해의 섬들을 군사화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사실을 언급하며 “중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앞으로 일어나야 하는 일은 국제 규범과 기준을 위반한 자에 대한 일관된 집단행동”이라고 국제사회의 대응을 촉구했다.

섀너핸 대행도 연설 전날(31일)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장관)과 양자회담에 들어서기 직전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지대공 미사일 배치와 같은 행위는 ‘선'을 넘었고(excessive and overkill) 방어적 수단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6월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장관 앞에서 “중국은 남중국해를 1인치도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군사적 충돌 조짐도 보인다. 지난달 17일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제7함대는 구축함 프레블함을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黄岩岛) 부근으로 보냈고, 중국은 이를 "주권 침해"라고 규정했다. 중국은 이 지역에 구축함을 배치하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이 중국을 향해 강력한 경고를 날리는 한편 손을 내미는 명분 전략을 함께 사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섀너핸 대행은 “중국과 경쟁하지만 경쟁은 갈등을 의미하지 않고 오히려 환영해야 할 만한 것”이라고 말했다. 질의응답 시간에선 “미·중 관계를 어떻게 개선해 인류에 기여할 것인가”라는 중국 국방대 총장의 질문에 그는 “세계를 공평하게 만들 수는 없지만 규칙을 잘 지키는 건 가능하다”며 “(미·중이) 벽을 치는 게 아니라 안보를 통해 번영의 근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답했다.

싱가포르=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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