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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주총장 점거 풀어라”…노조는 오토바이 바리케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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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노조원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30일 울산시 한마음회관 앞에서 주총 저지 결의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노조원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30일 울산시 한마음회관 앞에서 주총 저지 결의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후 현대중공업의 임시 주주총회를 하루 앞둔 울산 중구 한마음회관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나흘 째 점거 농성을 하고 있는 한마음 회관에서 이날 오후 5시 영남권 노동자 대회가 열리면서다. 31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현대중공업 법인분할(물적 분할)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를 막으려는 노조와 강행하려는 사측의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현대중 오늘 주총 앞두고 전운 #노조원 1500명 주총장 점거 #현대차노조 등 5000명 집회 가세 #경찰은 4200명 농성장 주변 배치

이날 노동자 대회는 전의를 다지는 노조원들로 비장한 기운이 감돌았다. 임시로 마련된 단상위로 발언자의 말이 끝날 때마다 “투쟁~”이라는 구호와 함께 “뿌우~”하는 응원용 악기 부부젤라 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대회 1시간 전부터 농성장에는 현대중 노조를 지원하러 영남권 금속노조 소속 노동자가 속속 집결했다. 금속노조 중 최대 규모인 현대자동차 노조와 현대중공업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대우조선해양 노조 등이 가세해 이날 집회 참가 인원은 5000여명(경찰 추산 3600여명)이 될 것으로 노조 측은 추정했다.

주주총회가 예정된 한마음회관은 노조가 점거한 상태다. 조합원 500여 명은 주총장 내부에 들어가 있고, 외부에 조합원 1000여명이 텐트 등에서 생활하며 대기 중이다. 한마음회관 출입문은 모두 봉쇄됐다. 한마음 회관 건물 외벽과 주변에는 ‘노동자 다 죽이는 법인분할 중단하라’는 문구 등이 적힌 각종 플랜카드가 걸려 있다. 회관 주변은 수많은 오토바이로 ‘바리케이드’를 만들어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한 상태다.

주총장 주변은 수많은 오토바이로 바리케이드를 만들어 접근이 차단된 상태다. [연합뉴스]

주총장 주변은 수많은 오토바이로 바리케이드를 만들어 접근이 차단된 상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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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은 이날 노조가 회사 소유인 한마음회관을 불법적으로 점거하고 있으니 회사에 돌려줘야 한다는 현대중공업 사측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또 법원 집행관과 사측 관계자 등은 이날 오후 4시쯤 한마음회관을 찾아 ‘현대중공업 주주총회장을 봉쇄해선 안된다’는 내용의 또 다른 가처분 결정 고시문을 부착하고자 했으나 노조의 거부로 무산됐다. 이 고시문에는 ‘주총이 열리는 31일 오전 8시부터 주총장인 한마음회관에서 주주 입장을 막거나 출입문을 봉쇄하는 행위, 주총 준비를 위한 회사 측 인력 출입을 막는 행위, 단상 점거나 물건 투척 등으로 주주 의결권을 방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 등이 적혀있다.

앞서 회사 관계자들은 지난 28일과 29일 농성장을 찾아 “법 테두리 안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한마음 회관에서 주총을 열겠다”며 노조에 스스로 해산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이날 영남권 노동자 대회에 이어 1박 2일 일정으로 주총까지 밤을 새우며 한마음 회관을 봉쇄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노사 충돌 사태에 대비해 기동대 64개 중대 4200여명을 농성장 주변에 배치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노조는 사측이 주총 장소를 변경할 경우를 대비해 울산대 앞에도 집회신고를 낸 상태다.

노조 한 관계자는 “사측이 주총장을 변경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예상 장소에 대한 집회신고를 한 것”이라며 “오늘과 내일 영남권 노동자의 힘을 모아 주총 개최를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일단 기존 주총장을 확보하겠다는 원안을 그대로 고수할 것이다”며 “현재까지는 다른 장소로의 변경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따라서 사측이 주총장 확보를 위해 한마음회관으로 진입할 경우 노사 간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울산=위성욱·오원석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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