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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전 "조직원 보호해달라"던 ‘자유조선’, 김한솔 감사 동영상 공개 왜

중앙일보

입력

지난 2월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습격 사건에 관여한 반북 단체 자유조선이 최근 국내 언론에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자유조선은 이메일을 통해 10년가량 됐꼬, 평양에도 (반북) 근거지를 가지고 있으며, 세계적인 망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특히 자유조선은 2017년 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피살 사건이 발생한 직후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요청해 제3국으로 피신시켰다고 밝혔다. 그동안 자유조선이 실체가 없는 단체라거나 김한솔 피신에 역할을 한 건 과대포장된 것이라는 관측을 일축한 것이다. 특히 이들은 김한솔이 “에이드리언 홍 창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는 동영상을 직접 공개하기도 했다. 에이드리언 홍창은 자유조선의 리더격으로 알려져 있다.

2017년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 [유튜브 캡처]

2017년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 [유튜브 캡처]

그동안 드러나길 꺼려했던 자유조선이 언론 접촉에 응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지난 3월 26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조직원들을 보호해 달라”며 “조직의 실체나 구성원 등에 관심을 갖지 말아달라”고 했다.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습격 사건 직후 언론의 관심이 커지자 조직이 부각되는 것을 우려해 언론과 거리를 두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두 달 뒤 이들은 언론에 이메일을 보냈고, 드러나길 꺼려했던 ‘에이드리언 홍 창’의 이름이 거론된 김한솔의 동영상도 제공했다. 두 달만에 입장이 바뀐 셈이다.

이를 두고 오히려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선긋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북한 대사관 습격사건으로 스페인 당국과 미국 정부는 자유조선 관계자들을 추격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미 정보당국이 사건에 관여한 혐의로 자유조선 조직원이자 전직 미 해병대원이었던 크리스토퍼 안을 체포해 조사가 진행중이다. 이와 함께 미국은 에이드리언 홍 창을 수배자 명단에 올리고 쫓고 있으며, 스페인 당국은 미국에 이들을 넘겨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안에 이어 에이드리언 홍창이 검거돼 조사가 진행된다면 조직이 공개되고, 드러나 조직이 와해될 수 있는 ‘위기’를 맞은 것이다. 이들은 지난 2월 ‘습격’ 사건 이후 미국 연방수사국과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유조선과 FBI 간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이유다. 그런데 현재는 오히려 이들로부터 자유조선이 압박을 받고 있는 분위기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의 세계에선 상식을 벗어나는 일들이 벌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구체적인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언급하기가 어렵지만 자유조선이 조직의 배후를 감추기 위해 이미 공개된 에이드리언 홍 창 선에서 꼬리를 자르려는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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