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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정상회담 한국 패싱…“한·일 국방장관 회담은 보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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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 패싱으로 받아들인다.” 일본 언론의 한반도 전문가가 27일 미·일 정상 기자회견이 끝난 뒤 한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국빈 방문 3박4일 동안 한국의 존재감은 미미했다는 얘기다.

“중국·한국 사이, 북한 위치 좋아 #부동산업계서도 그렇게 본다” #트럼프, 회견서 한 차례 한국 언급 #아베도 1번 … 일본 브리핑선 빠져

세 시간 이어진 27일의 정상회담과 이후 기자회견, 또 일본 정부의 브리핑에서 한국 관련 의미 있는 언급은 사실상 ‘제로(0)’였다.

그동안 미·일 정상 간 회담 등에 대한 브리핑 등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일 공조의 중요성’이 자주 등장했던 것과도 대조적이다.

기자회견에선 ‘한국’이란 표현은 두 번 나왔다. 최근 북한이 쏜 단거리 미사일을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라고 보는 아베 총리는 회견 말미에 “유엔 결의 위반이 아니다”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식 차를 묻는 질문에 “어쨌든 조선반도(한반도)의 비핵화를 향해 일·미·한이 협력하면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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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한국’ 언급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나왔다.

그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두둔하며 “믿을 수 없을 만큼의 경제적 잠재력이 북한에 있다. 북한은 러시아·중국 사이에 있고, 그 반대쪽엔 한국이 있다. 위치가 좋다. 부동산 업계도 그렇게 본다”는 대목에서다. 한국의 전략적 가치, 협력 파트너로서의 중요성을 언급한 게 아니었다.

이날 ‘한·미·일 공조’보다 부각된 키워드는 미·일이 주도하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이었다.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에너지와 디지털, 인프라 분야 등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 실현을 향한 미·일 양국 협력이 착실히 진전되고 있는 걸 환영한다”고 했다.

이어 호주와 인도,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국가들과 영국 프랑스를 콕 집어 언급하며 “관계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정상들의 기자회견 뒤 브리핑에 나선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관방 부장관은 ‘북한 정세’와 관련, “미·일의 입장이 완전히 일치하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지역 정세’에선 “양 정상은 미·일 동맹을 기축으로 미국의 지역 내 존재감과 관여가 중요함을 재확인했다”고 했다. 또 ‘인도 태평양’ 브리핑에선 “일·미·인(인도), 일·미·호(호주), 일·미·호·인 등 동맹국 우호국과 네트워크를 강화키로 했다”고 했다. ‘한국’ 표현은 아예 없었다.

미·중 패권이 부닥치는 가운데 일본이 아베식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환대)로 외교 총력전을 펼치고, 미·일이 국익을 내세워 공조하고 있지만, 한국 외교부는 내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미 정상 통화 내용 유출 사건 때문이다. 내우외환이다. 외교부 당국자가 28일 기자들로부터 받은 59개 질문 가운데 58개가 유출 사건 관련이었다. 강경화 장관이 직접 총대를 메고 엄정한 처벌 가이드라인을 내린 만큼 부 전체가 유출 사건에 침잠하고 있다.

트럼프와 아베는 다음달 28~29일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다시 만난다. 한·일 정상회담은 불투명하다.

외교 소식통은 “일본은 한·일 관계가 어려워질 때면 미국과 연대해 한국을 소외시키는 전략을 써 왔다”며 “이번도 그런 패턴의 반복”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미·중 무역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외교 고립 상태에 빠진 한국의 외교부가 바깥에 쏟아야 할 에너지를 다른 곳에 쏟고 있다는 점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전수진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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