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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탈출했던 김한솔 "에이드리언에 감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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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김한솔이 유튜브 영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내 이름은 김한솔이다. 북한 김씨 가문의 일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유튜브 캡쳐]

2017년 2월 김한솔이 유튜브 영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내 이름은 김한솔이다. 북한 김씨 가문의 일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유튜브 캡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암살된 직후 그의 아들 김한솔이 마카오를 긴급 탈출하는 데 반북단체인 자유조선이 조력자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채널A가 자유조선으로부터 입수했다는 동영상에 따르면 김한솔은 2017년 2월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살해된 뒤 에이드리언 홍 창의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김한솔이 마카오에서 대만으로 도피한 직후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던 동영상이다. 그런데 2년 전 공개 당시에는 김한솔이 조력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부분이 묵음으로 처리됐지만 이번엔 해당 이름이 그대로 드러났다. 김한솔은 “에이드리언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에이드리언과 그의 팀에게 고맙다고 해야겠다”고 말한다.
자유조선 리더로 알려진 에이드리언의 본명은 에이드리언 홍 창으로 미국을 기반으로 최근까지 활발하게 북한 인권 운동을 펼쳐오던 인물이다. 그는 예일대 재학시절인 2004년 무렵 탈북단체 링크를 설립했으며,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을 때는 FT 기고를 통해 “북한은 인류 최악의 나라"라며 "북한 정권이 약화됐을 때 리비아처럼 국제사회가 개입해 북한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을 주도해 대사관 직원들을 결박하고, 컴퓨터와 휴대폰을 탈취하기도 했다.

이번 영상에서는 또 김한솔의 여권 일부 정보도 공개됐다. 김한솔은 영상에서 최명남이라는 여권 발행자의 서명을 보였다. 최명남은 현재 북한 외무성 부국장으로 김정남 피살 당시에는 스위스 제네바 차석대사로 일했던 인물로 파악된다.
자유조선 측은 또 채널A e메일 인터뷰에서 “우리는 평양을 포함해 활동의 신속함과 정확성을 갖추기 위해 근 십년 동안 세계 도처에 거점을 만든 국제적인 범위의 조직”이라며 “이런 규모와 실력을 가진 우리 조직이어서 김정남 암살 이후 김한솔의 다급한 구원 요청이 가장 먼저 우리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단체는 그간 제기됐던 김정남, 김한솔의 지도자설과 관련해선 “치욕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 단체 측에선 “우리가 가장 치욕적으로 간주하는 것이 김정남, 심지어 김한솔 지도자설”이라며 “김씨 일가의 혈통을 우리 조직의 일원으로 흡수할 수 있다는 끔찍한 상상 자체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자유조선이 김정남을 지도자로 내세우려다 피살된 뒤 김한솔을 ‘주석’으로 해 북한체제의 전복을 시도하려했다는 관측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지난 16일 “김정남이 생전에 반북 단체로부터 망명정부의 수반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조용히 살고 싶다’며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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