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만에 쓰레기 485t…영국서 발생한 신종 범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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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으로 버려진 쓰레기. [연합뉴스]

무단으로 버려진 쓰레기. [연합뉴스]

최근 영국에서 농장과 산업 용지 등에 쓰레기를 조직적으로 무단 투기하는 '쓰레기 무단투기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고 미 NBC방송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영국 런던 교외 '브로켓 홀' 단지 근처에는 닷새 동안 485t에 달하는 쓰레기가 쌓였다. 쓰레기는 석면과 변기, 어린이용 미끄럼틀 등 갖가지 가정용·산업용 폐기물 등으로 누군가가 몰래 쏟아놓고 갔다. 이 단지는 골프장과 주거 시설 등이 위치해 있어서 주민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마이클 롱쇼 단지 관리인은 닷새 만에 485t에 달하는 쓰레기를 버리려면 특별한 작전이 있어야 했을 것이라며 쓰레기를 치우는 데만 대략 20만 파운드(약 3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NBC는 브로켓 홀 사건과 같은 '쓰레기 무단투기 범죄'가 영국 곳곳에서 조직화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영국 경찰은 쓰레기 무단투기 범죄자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돈을 벌고 있다고 보고있다. 제임스 베번 경 환경청장은 '낮은 비용 대비 높은 수익'을 쓰레기 투기 범죄 유발 원인으로 꼽았다.

보도에 따르면 쓰레기를 수거해 불법으로 버리는 조직은 합법적인 폐기물 수거 기업보다 저렴한 가격에 쓰레기를 수거한다. 소비자들은 합법적 기업에 쓰레기 처리를 맡길 경우 1t당 수백 파운드를 지불해야 하지만, 불법 조직에는 더 낮은 가격으로 쓰레기를 버릴 수 있다. 소비자들의 수요 때문에 불법 조직이 사라질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불법 조직은 수거한 쓰레기를 농장이나 산업 용지, 사유지에 버리기 때문에 처리 비용이 들지 않아 부당 이익을 남길 수 있다. 경찰에 적발돼도 벌금 액수가 크지 않아 범죄 수익을 챙기는 게 더 이득이다.

더 큰 문제는 쓰레기 범죄 조직이 인신매매와 마약 밀수, 자금 세탁을 은폐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영국 환경부는 불법 폐기물 투기에 대한 수사 책임이 여러 기관에 퍼져 있다며 쓰레기 범죄는 반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불법 쓰레기 투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영국의 일부 농장주들은 감시카메라 등으로 대비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며, 영국 정부와 수사기관의 강력한 감독 관리를 촉구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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