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전보장회의(샹그릴라회의)에서 한일 국방장관 간 공식회담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됐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상이 한국의 정경두 국방장관과 정식 회담은 보류하고 서서 얘기를 나누는 수준의 접촉만 할 예정”이라고 28일 보도했다.
요미우리 "정식회담 보류, 서서 얘기만 나눌 듯" #다음달 정상회담 개최 놓고 일본 측 회의적 #"'초계기 레이더 사건'에 이목 쏠릴까 우려" #일중 국방장관 회담은 준비…한미일회담도 진행
이번 한일 국방장관회담 취소가 다음달 28∼29일 오사카에서 열리는 세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양국 정상회담 개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언론을 통해 ‘정상회담이 없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흘리며 회담 개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본 측은 당초 국방장관 회담 개최에 긍정적이었다. 특히 이와야 방위상 본의의 의지가 강했다. 이와야 방위상은 지난 18일 오이타현의 한 모임에서 "한국과 여러가지 문제가 일어났지만, 한국 국방장관과 만나 원래 관계로 돌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한일관계가 급격히 냉각된 가운데 양국 간 안보협력도 삐걱대는 상황을 일정 정도 풀고자 하는 마음이 컸던 것이다. 최근 들어 북한이 또다시 탄도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양국 간 군사정보 교류를 비롯한 각종 협력이 절실한 까닭이다.
돌연 회담을 취소한 배경과 관련해 요미우리는 방위성 간부를 인용해 “이와야 방위상은 정 장관과의 회담에 의욕을 나타냈지만, 한국 해군에 의한 해상자위대 초계기 사격통제 레이더 조사(照射·겨냥해 쏘아 비춤) 문제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을 피하기 어려워 ‘시기상조’로 판단했다”고 방위성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 한미일 3국 국방장관간 회담은 예정대로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일본 측은 중국과는 국방장관 회담을 열 계획이다. 신문에 따르면 이와야 방위상은 다음달 1일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과 회담을 갖기 위해 실무진 차원에서 논의 내용을 세부 조율 중이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