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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 골든타임 시군에선 50% 턱걸이…“‘도로 위 모세의 기적’ 갈길 멀어”

중앙일보

입력

지난 3월 서울 명동 일대에서 열린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   화재 상황을 가정해 출동한 소방차들이 통행로를 확보해가며 화재 장소로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서울 명동 일대에서 열린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 화재 상황을 가정해 출동한 소방차들이 통행로를 확보해가며 화재 장소로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1. 올 2월 설 연휴 기간, 꽉 막혀 있던 충북 진천의 한 도로에 만삭의 임신부를 태운 구급차가 진입하면서 비상등을 켰다. 도로에 정체된 자동차들이 약속한 듯 비상등을 켜고 옆으로 비켜서며 길을 양보했다.

서울·부산은 7분 내 도착 85.5%로 개선 #시·군·구에선 53%···“미국·일본은 6분대” #“안전벨트 매기처럼 문화로 정착돼야” #29일 오후 2시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

#2. 지난해 11월 제주시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진 환자를 태운 구급차가 등장하자 두 개 차로에서 달리던 차량이 일제히 옆으로 비켜나며 길을 터줬다.

28일 소방청은 ‘도로 위 모세의 기적’으로 불리는 ‘소방차·구급차 길 터주기’가 생활 속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소방청은 화재 신고 시점부터 7분 이내에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화재 진압을 위한 골든타임이 ‘신고 접수 후 7분’인 셈이다.

2016년에는 화재 현장에 7분 이내에 도착하는 확률이 63%였다. 지난해는 64.4%로 다소 개선됐다.

소방차가 7분 이내에 화재 현장에 도착하는 비율은 대도시가 훨씬 높았다. 지난해 서울과 부산을 포함한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는 출동 차량의 85.5%가 7분 이내에 도착했다. 반면 시·군·구 등 기초단체에서는 53%만이 이 시간에 도착했다. 홍영근 소방청 화재대응정책과장은 “도심 지역에서 ‘길 터주기’에 대한 참여도가 높아지면서 교통 체증에도 불구하고 소방차 도착 시간이 빨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진국은 소방차가 화재 신고 시점부터 6분대에 현장에 도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6분50초 이내, 일본은 6분 이내에 도착한다.

최병일 소방청 소방정책국장은 “많은 운전자가 여전히 길 터주기에 대해 무관심하다”면서 “아직 일부 시민들은 과태료 처분을 피하기 위해 강제적으로 길 터주기에 동참하는 게 현실이다. 안전벨트 착용처럼 당연한 문화로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방청은 29일 오후 2시 소방 출동로 확보를 위한 ‘소방차 길 터주기’ 국민 참여훈련을 한다. 전국 219개 소방관서에서 소방차가 실제로 사이렌을 켜고 출동하면 일반 차량이 도로 양옆으로 양보해야 한다.

소방관과 소방차에 함께 타고 훈련에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거주 지역에 있는 소방관서에 동승 체험을 신청하면 된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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